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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2 원망 (6)

원망

일상 2011. 2. 12. 23:40

아슬아슬하다. 집이 있는 동네로 들어가는 버스가 끊길 시각,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내달린다. 잘 잡히지도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이 새벽에 떨 순 없다, 택시비로 내 생활비를 갉아 먹을 순 없다, 지상에 발 내딛자마자 조금 더 속력을 내 달려보는데, 저기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아마도 오늘의 마지막 버스, 그 앞에 오글오글 모인 사람들, 점점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의 줄이 짧아지는데, 그 사람들 다 태우지 않고 떠나려는 버스. 동시에 숨을 헐떡이며 버스 앞에 다다랐지만 그냥 닫아 버리는 앞문. 버스 안내 전광판엔 모두 '운행종료.' 다급한 마음에 문을 두드려 본다. 
"뒷문 좀 열어주세요." 
쳐다보지도 않는 버스 기사. 아직 버스에 오르지 못 한 나를 포함한 너댓의 사람들은, 마지막 버스 주제에 한 명의 사람이라도 더 구겨넣어 데려 가지 않는 것이 못내 원망스럽다. 앞문 주위엔 너무 쫑겨 얼굴 구겨진 사람들이 보이고, 남겨진 우리는 서서히 움직이는 버스에서 눈을 떼지 못 하는데, 보이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무심한 표정의 공백, 헐렁한 버스의 뒤편. 분한 마음과 무력한 몸으로 떠나는 버스의 꽁무니가 사라질 때까지 부라려 본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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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4 23: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십 분만 서둘렀으면 되는 건데, 그렇게 매번 아슬아슬하게 막차를 타거나 보내게 되는 건 왜일까! 지금 또 데드라인을 앞두고 날샐 작정 하고 있다. 아 진짜.

    • 부록방학 2011.02.15 0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빠릿하게 준비하고서 여유롭게 밖을 나서는 사람과 엄청 여유롭게 준비하다가 신발장에서 신발 신는 순간부터 바빠지는 사람이 있대. 난 전형적인 후자 스타일 ㅡㅡ;

  2. 롱롱 2011.02.15 0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항상 막차를 보내고 원망한 것은 '아... 10분, 아니 5분만..'이었지. 꼭 5분이나 10분 때문에 택시값을 버리게 된다구. 대체 왜...-_- 1시간이나 2시간이면 억울하지나 않잖아.

    • 부록방학 2011.02.15 0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내가 가장 원망스런 것은.. 텅빈 버스뒷공간을두고도 움직이지 않는 어느 지점의 무리들, 뒷문을 열어주지 않는 기사의 융통성없음 ㅋㅋㅋ 남탓일색ㅋㅋ

  3. Favicon of https://waryong.tistory.com 닐니리스트 2011.02.19 09: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자친구 돈 많이 벌면 버스 한 대 사달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