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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7 아주많이요

아주많이요

일상 2008. 6. 17.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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닳아버린 그의 책을 슬며시 내밀었다
그 좋은 웃음으로 날 기억한다 했다

"우리 또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바보 같이 난 아무 대답도 못하고..

'여행은 오롯이 여행하는 자의 것입니다. 좋은 여행 하세요.'

오롯한, 극진하다, 충만한, 그런 말들을 가르쳐준 사람, 그 말들을 인식하게 해준 사람.

2년 전 기숙사 2층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페이퍼 잡지를 읽다 글 하나 때문에 한 동안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한창 진정성이라는 말에 매료됐을 때였던가. 읽던 잡지를 펼친 채 가슴에 얹고 한참이나 누워 있었다. 그리고 벌떡 앉아선 떠오르는 상념을 여백에 정신없이 적어내려 갔었다. 그때 그 기억.  
이후로 그의 글이 나올 때마다 찢어선 차곡차곡 모아두었다. 너무 좋아 싶은 그의 글을 볼 때면 그 면을 곱게 찢어선 차곡차곡 접어 몇날 몇일이고 주머니에 넣어 다녔다. 꺼내 읽을 것도 아니면서 괜히 주머니에서 헤져 가는 종이를 매만지며 덜커덩 거리는 마음을 안심시키곤 했던 날들.
그의 사진전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날, 어떤 모습을 한 사람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가기 전부터 그저 혼자 부끄러워서 복작거렸던 마음. 그리고 만남. 그리고 또 다시 만남. 반짝반짝.
 
난 그의 책을 항상 천천히 읽었고 한 페이지를 읽고 잠들었다 잠시 깨선 또 읽고 다시 잠들면서 온 오후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바닥에 책을 두곤 양반다리를 하고선 고개를 푹 숙이고 집중하며 읽다 그대로 펑펑 울어버린 날도 있다. 왜 슬픈지도 모른채 그냥 울기 위해서 울었나 보다.
 

 거대한 폐허 위에 빛나던 푸른빛. 그 물빛은 이제 무서우리만치 더욱 푸르고 투명해졌을 거다. 더 이상일 수 없이 마지노선에 다다른 푸르름. 그 절망과 허무의 푸르름 끝에 이젠 새로운 열정의 싹이 피어나기도 하는 것인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도 속단할 수 없는 힘이
그곳에 있는 걸 나는 보았다. 깊게 슬프고 푸른 폐허의 트랑코말리는  늘 새로운 시작의 직전, 그 어디쯤일 것만 같다. 해일이 이는 건 사람을 죽이려고 이는 것이 아니다. 자연은 그저 오래 전부터 해오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이 그 해변 위에 서서 그 거대한 푸르름을 몸소 대면해 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 푸른 물에 당신 몸을 흠뻑 적셔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고작 사랑밖에 기댈 것 없는 당신'이.

그리고 당신,
만약 당신이 힘들게 사랑을 감당했다면 사랑 없는 시간 또한 깊은 마음씨로 감당합시다.
이 세상 연애가 곧 사랑이라면 그런 것 당분간 없이도 별 탈 없습니다. 알싸함으로 과장된 사랑을 뒤로 하고, 버려진 채로 폐허 속에 널린 심심하고 무덤덤한 시간의 진실들을 우직한 마음으로 발굴해보는 것은 얼마나 용감하고 아름다운 일입니까.
트랑코말리, 그 푸른 폐허의 눈빛이 당신 눈 속에도 있습니다.



늘 알 수 없는 기운에 사로잡혀 그것들을 읽으려 하는 노력에도 지칠 무렵의 나는,
내 안의 무엇이 날 자꾸 이리도 이유 없이 허허롭게 하는 것인지  
아무 것에도 위안 받지 못하고 원래 나는 이렇게 태어났나보다 그렇게 혼자 견뎌내야 했던
허무함 혹은 외로움.
그의 글은 내게 위안이었던 것일까. 감히 내가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엄마 잃어버릴까 잰걸음으로 뒤따르는 아이, 엄마 언제 오나  해질무렵 창문에 기대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이. 그를 대하는 내 태도는 아마 이런 아이의 태도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이제서야 이런 수줍은 고백.  

아아. 저 당신에게 많은 걸 빚지고 있어요. 아마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요
.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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