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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구나

일상 2011. 2. 20. 23:53

며칠 내내 머릿속 맴맴 도는 이미지


이정아 : 인물들이 전부 각각 빈자리가 있고 그것을 채우고 싶어 해요. 혜화는 아이도 없고, 개도 없어졌고 아빠도 없고. 아이도, 모든 것이 빈 자리였고. 그런데 그 빈자리가 결국 다 채워지지 않지만. 수의사 아이 같은 경우가 혜화가 자기 아이처럼 돌봤지만 그 아이에게도 결국 자기 자리가 있잖아요. 그런데 빈자리가 채워지는 과정을 어떻게 담고 싶으셨나요.

민 : 예전에 ‘병원 24시’란 프로에서 ‘우리 형은 5살’ 이란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17살 남자애가 주인공이고 형은 스무 살인데 둘이 살아요, 부모 없이. 형이 정신연령이 5살이고 가끔 간질 발작을 일으켜요. 동생은 너무 착해서 학교도 가고 싶어 하는데 생계 때문에 자주 못 나가요. 형을 극진히 보살피고. 그런데 형이 뭣 때문에 마당에서 떼를 써요, 그 때 동생이 확 폭발해서 형을 멱살 잡고 벽으로 밀쳐서 때리려는 거에요. 그 순간에 카메라 뒤에서 손이 불쑥 나와요. 그러더니 진짜 다급한 목소리로 그러지마, 그러지마, 형이잖아. 라고 말하는 카메라 뒤의 목소리가 너무 절실했어요. 이 둘을 사랑하고 있구나. 어른으로서 개입해서 말리는 느낌이 아니라 이해하기 때문에 섣불리 다가가거나 그러지 못하지만 그래도 이 상황은 말리고 싶어하는 조심스러움도 느껴지고. 카메라 뒤에서 나온 손이 굉장히 감동적이었거든요. 그런 부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의 상처가 드러나는 순간들을 표현할 때 에둘러서 표현하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 상처를 이용하는 느낌이 들 수 있잖아요, 자칫 잘못하면. 혜화 같은 경우도 이러 이러한 상처가 있어, 하고 보여주는 게 아니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고, 화면 안에 있는 사람은 표현하지 않는데 보는 사람이 조금씩 알게 되서 아, 그렇구나 하고 알게 되는 방식. 그래서 서론이 길어지더라도 그래야지 깊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


네오이마쥬, [혜화,동] 민용근 감독과의 근접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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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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