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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0.07.20 응+응
  5. 2010.07.19 2010년 7월 19일 2
  6. 2010.07.19 너는어디로 1
  7. 2010.07.18 _생각나는 그 사람 1
  8. 2010.07.15 2010년 7월 15일이라네
  9. 2010.07.14 멍청이병아리 2
  10. 2010.07.13 물좀주세요

이제야 그를 ‘조금’ 이해할 것 같다

“한 사람”에 관한 다큐를 몇 개월간 찍었고 또 몇 개월이 지나서야 그때의 기록들을 다시 찾아보고 있다. 당시엔 그 사람의 깊은 속마음까지 엄청 많이 알게 될 거라 기대했던 것 같다. 카메라를 매개 그리고 무기 삼아 나만이 할 수 있는 어떤 진실을 발견하리라 자신했다. 또 그게 다큐의 힘일 것이다. 정치적 병역거부를 한 현민이 감옥을 갔고 나의 촬영도 끝났다. 시간이 흘렀다. 객관적으로 돌아볼 여유도 생겼다. 촬영분의 녹취록을 밑줄 박박 그으며 읽고 있다. 웬 걸. 읽을수록 뜨끔하다. 상대에게 했던 질문들, 우리의 대화를 다시 보며 부끄러워진다. 이제야 내 시선의 한계가 보여서다. 여전히 내가 깨지 못 한 틀이 보여서다. 그래 이건 첫 다큐를 찍은 이후 깨달은 내 한계와 시행착오에 대한 이야기다.

용감하게 난 카메라를 들고 누군가와 ‘만나겠다’고 작정했다. (누군가와 ‘만나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한 사람을 잘 안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것임을 이제야 알 것 같지만) 막연히 다큐를 찍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무엇을 찍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소개받은 사람이 현민이었다. 그것도 ‘병역거부자’ 현민. 다큐를 찍기에 좋은 소재였다. 악착같이 발굴하는 수고 없이 나는 운 좋게 기회를 얻었다. 현민의 경우 기존의 병역거부자들과는 조금 달랐다. 그는 어떤 대의나 명분 때문에 병역거부를 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아니, “그런 이유로 병역거부를 한다고 말하진 않겠다” 고 했다. 어떤 주의자로 비치고 싶진 않다고 했다. 그저 스무 살부터 십여 년 간 고민한 자신의 끙끙거림을 풀어놓고 싶다고 했다. 영웅 말고 그냥 스물아홉 살의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 도저히 군사 훈련을 받을 수는 없다는 생각, 그런 그 자신에 대해 수백 번도 더 질문하고 의심하면서, 그럼에도 총의 느낌과 탄약의 냄새는 견딜 수 없을 거란 확신, 그리고, 이게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걸 공부로 배웠고 그걸 내 언어로 풀어내고픈 욕심. (사실 나는 이 문장을 쓰면서 망설이고 있다. 여전히 그의 병역거부 이유를 한 문장으로 써버리는 게 옳은 일인가 하는 고민이 앞선다) 그는 몇 줄짜리 소견문을 읽는 기자회견 말고 이십 대에 자기가 맺은 관계들을 불러 모으는 파티를 하겠다고 했다. 무려 열 장짜리 글을 썼고 사람들에게 그 글을 읽어줬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병역거부를 지지하기 위해 모였다. 하지만 글을 본 누군가는 이리 말했다. 결국은 그냥 가기 싫다는 거 아니냐고, 그 한 마디로 압축되는 거 아니냐고. 병역거부운동을 하는 한 활동가는 웃으며 농담처럼 그랬다. 자기도 솔직히 현민이가 왜 병역거부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현민 스스로도 그 질문들에 대답하느라 많이 시달렸을 것이다. 왜 병역거부를 하는 거냐.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더 많이 풀어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묻지 않고 그저 지지하거나 혹은 쉽게 병역거부의 이유를 단정 지었다. 차라리 전쟁에 반대한다고, 국가의 폭력에 저항한다고, 거부한다고, 그리 말하는 게 더 편했을 지도 모르겠다. 결코 이게 더 편한 길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이유에 익숙하니까, 설득이 더 쉬웠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 식의 언어를 만들고 싶었던 건데 근데 그게 기존의 운동의 언어나 정치적 언어와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근데 나는 이것도 다른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언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현민)

나 역시 종종 그에게 “왜 병역거부를 하는가” 를 물었다. 처음엔 흔히 인터뷰를 시작할 때 하는 육하원칙에 의한 질문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질문에 더 집요하게 매달렸던 것 같다. 새로운 이야기나 본인도 알지 못 하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였고 또 한 측면은, 계속 불충분하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러니까, 나는 그에게 속 시원한 ‘답’을 원했다. (나는 그 답의 내용까지 짐작해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냥 가기 싫은 거 아닌가; 라고 단정 짓는 태도와 뭐가 달랐을까) 문제는 내가 그 질문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는 것, 그 질문을 뚫고 현민의 독특성을 발견할 수 있는 질문으로 넘어갔어야 했는데 난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에 그 질문을 맴돌기만 했다.

사실 다큐를 찍으면서 난 종종 답답했다. 많은 이야기를 해도 왠지 허해지는 느낌. 뚜렷한 게 없다는 느낌. 그래 난,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설명을 그에게 원했던 거다. 아니다. 그는 설명했지만 내가 ‘그의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질문은 그에게 답을 찾기 위해 묻고 또 묻다 같은 말이 맴돌기도 헛돌기도 하다가 가끔 어떤 질문은 냉소처럼 비치기도 했겠다. 사람은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하기 마련이고 그건 행동이다. 행동하는 이유의 지점을 계속 물어댄다면, 내 행동이 납득이 안 되나 싶어 스스로가 부정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을까.

“어떻게든 뚜렷한 이유를 찾겠다고 한 나의 마음”이 아쉽다. 매달려 있던 그때는 안 보이던 게 좀 거리가 생기니까 보인다. 현민이 거부하고 싶었던 언어의 틀을 갖고 난 집요하게 그에게 질문했던 것 같다. 그의 이유 없음 혹은 너무 많은 이유를 부여잡고 이게 뭘까 하며 고민하기보다 어떻게든 캐물어서 명확한 즉 내가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이유를 찾으려고 애쓴 나의 모습 말이다. 병역거부자 현민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그 지점을 부여잡고 흔들어대지 못 해봤다는 생각에 많이 아쉽다. 그렇다면 이제 나는 새로운 질문들을 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그는 자신의 고민을 적절히 설명할 수 없는 기존의 병역거부운동의 언어가 아니라,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나의 언어, 새로운 언어를 표현하기 위해 아둥거렸을 것이다. 현민은 병역거부와 병역기피의 경계를 흐리고 싶단 말을 몇 번 했다. 도덕적으로 무장하지 않더라도 자기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드러내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고민들이 이런 말들에서 묻어난다. 또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사람들과 대화하다가 현민이 이런 말을 하더라. 자기가 최근 읽은 지인의 책에서 ‘그냥, 약간, 조금’, 이런 문체가 좋다고 했다. 그런 표현이 그 사람의 단정하면서도 ‘백퍼센트 이것’ 이라고 말하지 않는 일말의 신중함 같은 게 문체에 나타나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이 군더더기가 아니라,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말이다. 이젠 이런 디테일들이 여사로 보이지 않는다.

진작하지 왜 이제야 병역거부 하느냐고 말에, “나는 이거 8년 동안 고민한 거야.” 라고 말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스스로를 소심하고 찌질하고 많이 망설인다고 말하면서, 그런 자신을 다 끌어안고 어떤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새삼 크게 와 닿는다. 그래, 현민이 그리 말했었지. 한끝차이로 용기와 비겁이 갈리더라고. 군대를 안 가는 것이 비겁하다면서도 군대 아닌 감옥을 간다니 용기 있다 한다고. 그래서, 그런 그는? 용기 있는 걸까, 비겁하고 소심한 걸까. 이런 거다, 저런 거다 말할 수 있긴 한 걸까?

아마 감옥에서 현민은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잘 기록해두고 싶다던 그의 바람처럼 그 안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글로 표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겠지. 어쩌면 예전에 비해 생각이 많이 바뀌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는 변해가는 스스로도 긍정하면서 제 마음에서 생기는 균열이나 틈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려 노력하고 있을 거다. 내가 아는 현민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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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0. 7. 21. 23:04




꼭 살아있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
모두 다,  믿고 싶은 마음,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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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일상 2010. 7. 20. 15:20

‘4대강’, 지자체장이 방해할 일 아니다(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00720010331371910020
 
기사 게재 일자 : 2010-07-20 13:47
김성배 숭실대 교수·행정학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지방자치단체장 중의 일부가 국회에서 예산까지 통과된 국책과제인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우려가 크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4대강 사업 저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그 담당 조직으로 4대강사업특별위원회 신설을 준비중이다. 또 전북도의회는 4대강 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대정부 결의안을 15일 채택했다. 특히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4당 대표는 19일 회동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해 공조키로 합의한 데 이어, 김 경남지사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하는 등 중앙 정치권이 지방자치단체장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그러면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가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으며, 과연 그런 반대는 타당한가.

첫째, 정치적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마도 반대하는 지자체장들은 자신의 당선이 자신의 정견을 지지하는 민심의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김두관 경남지사는 6·2 지방선거에서 4대강 반대를 선거공약의 하나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지역의 민심을 토대로 국책사업을 반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치 않다. 국회의 동의를 얻은 국책사업은 이미 다양한 지역의 이해가 절충돼 추진되는 사업이다. 따라서 특정 지역 민심을 이유로 그 사업을 반대할 수는 없다.

선거 결과에 근거한 4대강 사업 반대가 타당치 않다는 것은 여론조사에도 잘 나타난다. 한 언론의 6월8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당이 참패하고 야당이 승리한 까닭에 대해 후보가 낫거나(8.8%) 야당이 잘해서(2.4%)라기보다는 대부분이(79.2%) 대통령과 여당의 잘못을 주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당선을 4대강 사업 반대라는 야당의 당론에 대한 지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민심을 매우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지자체장에게 주어진 정당한 권한 행사라고 여겨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경우다. 그러나 국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을 지자체장이 반대하는 것은 한마디로 월권행위다. 4대강 사업의 추진과 관련해 지자체장에게 주어진 권한으로는 공사계약 해지,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요구, 공사관리의 감독 권한 등이 있다.

그러나 그 어느것도 국가가 결정, 추진하는 사업을 중단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볼 수 없다. 더욱이 4대강은 대표적 국가하천으로서 그 유역이 여러 자치단체에 걸쳐 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그 하천들이 국가하천으로 분류되고, 그 관리의 책임이 여러 자치단체를 포괄하는 중앙정부에 부여돼 있는 것이다.

셋째, 지자체장들이 지방자치의 정착을 앞당기기 위해 반대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자체장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지방자치 발전에 저해가 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잖아도 호화 청사 건설, 비리, 부패 등으로 인식이 좋지 않은 터에 국책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는 등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게 되면 지방자치 정착에 대한 사회적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국책사업을 반대하는 일은 어떤 이유에서 보더라도 설득력이 없다. 4대강 사업은 지자체장이 방해할 일이 아닌 것이다. 국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을 무작정 가로막고 나서기보다는, 지역 여건에 맞게 그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과 협조를 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필요한 경우 4대강 사업의 건전한 방향 전환과 추가적으로 필요한 대안을 제시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것이 국책사업에 대한 지자체장이 보여줘야 할 바른 자세다. 지자체장의 성숙한 모습은 올바른 지방자치가 정착하는 데 초석이 될 것이다.


 이런 글은 정말 이상하다. 포커스 자체도 이상하지만, 뒷받침 한다는 논리에 결국 이유는 없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계속 되풀이 하는 듯한. 어쨌든 신문에 '칼럼'이라고 달아놓은 글 아닌가.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국책사업을 반대하는 일은 어떤 이유에서 보더라도 설득력이 없다.'
이 말에 엥? 
"결국" 이란 말이 이렇게 힘맥아리 없을수가. 

그러니까 결국!, 국가가 정한 일이니까 토다는 건 잘못됐다는 거잖아. -_- 
국민은 없고 국가만 있구나. 국민 같은 거 하고 싶지도 않지만서도.
난 요즘 4대강 추진하겠다는 사람들 보면 등산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산에 올라 맑은 공기 마시면서
좋다-, 라고 말할 모습이 도저히 용납이 안 돼.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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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응

일상 2010. 7. 20. 14:28


"제겐 스님들이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그렇게 평화롭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나도 해보려고 애쓰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아요. 우린 계속 밖에서 뭔가를 찾아 헤매잖아요. 여행도 좀 더 좋은 것을 찾아다니는 행위고요. 여기 오기 전엔 저도 진짜 즐거움과 행복은 다른 곳에 있을 거라 착각하고 이곳저곳을 방황했죠. 그런데 여기 와서 그런 게 없어졌어요. 명상을 통해 밖에서 하는 여행 말고 안에서 하는 여행도 있고, 움직이지 않고도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앉아서 꾸벅꾸벅 졸며 떠나는 여행! 그거 진짜 재밌어요."


_장선우, Traveller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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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19일

일상 2010. 7. 19. 13:37

출근 시간도 지난 월요일의 어정쩡한 오전. 나는 숙대입구역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시야가 보일 때쯤에야 거지 할배가 거의 내 앞에 다다라 있는 걸 보았다. 응? 피할 새도 없이 그는 뭐라고 욕을 하더니 다짜고짜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이 내 귓전에 들렸고 아, 방어좀해야겠는데, 싶은 순간 뒤에서 어떤 남자가 꽥 소리를 질러서 나를 구해주었다. 나와 비슷하게 빠마 풀린 단발머리에, 얼기설기한 이. 그 사이로 흘러나온 욕지거리들. 한 대 맞을 때 풍기던 시큼한 묵은 때의 냄새. 나는 때리더니 남자가 소리지르자 찍 소리 못 하는 그 거지 할배가 좀 미워졌고, 차라리 제 정신 아니면 몰라 왠지 제 정신인 건 같아 속상해진 기분에, 다시 가던 방향을 걸어가는데 갑자기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혼자 한참 히죽거리며 걸었다. 밝은 오전에 멍 때리고 다니다가 낯 모르는 사람에게 느닷없이 맞는 상황. 코미디 같아 계속 웃음이 났다. 할배, 할배 욕 못 알아 들은 건 아쉽네. 소리나게 맞았는데 아프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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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어디로

일상 2010. 7. 19. 13:27


비 오는 홍대를 비적거리며 걸어다니다가 푸드덕 거리는 소리에 돌아보니
저쪽 벤치에서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비둘기의 목을 잡아 자신의 왼쪽 주머니에 집어 넣고 있었다. 깃털 빠질듯 몸부림치는 비둘기의 날개가 보였다. 그 남자가 흐뭇한 걸음걸이로 돌아간 곳에는 근처 공사현장의 노동자인 듯한 사람들이 똑같은 회색 작업복을 입고서 가게 앞에 일렬로 서 있었다. 웃으며 그를 반겨주고 있었다. 요상했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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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생각나는 그 사람

일상 2010. 7. 18. 03:30


살다가 드문드문, 그렇게 꾸준히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오늘은 뭘 하다 떠올랐지? 버스에서 잡지 읽고 있을 때였는데, 무슨 글귀 보다가 떠올랐던 걸까)
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은, 버스에서 나누었던 대화 그리고 내가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의 그 얌전하고 참한 표정. 그런 것들.
한 인문학 수업에서 만났고 우린 종종 같은 버스를 탔다. 나는 그날 수업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식이었고 그 사람은 조근조근 자기 생각을 얘기했다. 그 생각들이 참 좋았다. 같은 사회학 전공인지라, 내 손에 들고 있던 개나리색 짐멜 책을 보고는 앗, 나도 이거 좋아하는데, 진쫘요? 나 사회학하면서 건진 단 한 사람이어요. 나는 통계 수업이 너무 싫어 죽겠다고 투덜댔고, 그는 하필 통계 쪽으로 사회학 대학원을 간다고 했다. 진쫘요? 이런 신기한 사람을 봤나, 난 그거 취업에 좋으라고 배우는 것밖에 안 느껴져요. 징징대며 하필 왜 통계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러니까, 그의 대답 때문에 나는 오래 그를 기억하는 것이다.
최근에 머리를 싸매며 데이터들과 싸운 적이 있다고, 불평등 지수를 검증하는 작업이었단다. 정말 끙끙대며 며칠을 붙잡고 있었다고 했던가, 그랬는데, 그 결과로 '지금 세계가 엄청 불평등하다는 걸 딱 숫자로 검증했을 때 그 쾌감'을 잊지 못 한다고 했다. 그 대답에서 묻어났던, 그의 고민, 열정, 묘하게 너무 따뜻했던 느낌. 
  
그저, 숫자로 환원되는 세상이 싫어요 라고 말할 줄만 알던 내 무력한 감수성이, 그의 말 한 마디에, 나 좀 더 단단해져야 겠구나, 내 저항의 태도가 철부지 같아선 안 되겠구나 생각하게 해주었다. 단순히 취향의 문제로 다가오지 않았다. 내 사고 틀을 건드리는 대화였다. '그게 전부가 아니야' 라는 시선. 그렇다고 헤픈 관용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내 '관점'을 지켜나갈 수 있는 법. 그러니까 다루는 기술 문제 같은 것.
그렇다고 내가 통계에 애착을 갖게 됐다는 건 아니다. 너무 싫었다, 통계는.  큼.

역시 그 사람은 말 뿐 아니라 글에서 더욱 빛났다. 뚝뚝 묻어나는 영리함과 감수성에 감탄했다.
그리 친했던 것도 아닌데, 나는 아직 그 사람을 꾸준히 기억하고 있다니, 벌써 이 년도 더 된 일인데, 나는 아직 그 사람을 잊지 않으려 하고 있다니.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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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15일이라네

일상 2010. 7. 15. 10:50


참 많이 변했어 모든 게 마지막이야.


 





정리가 필요하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건 불가능하고 그저 등을 돌릴 수밖에. 그러면 자연스레 다른 것에 마주할 용기가 필요해진다. (도망갈 곳이 없다)
브레히트의 글을 조금씩 읽고 있다. 견뎌내는 것을 견디지 못 하던 나도 조금씩 변한다.



한 번 짬을 내어 <젊은 다윗(다윗과 독수리들)>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사서(史書)양식으로, 맥락이나 이야기의 초점없이, 이념을 뺀 오직 젊은 다윗을, 그 생의 한 가닥을. 그렇게 하면 하나의 해석이 아니라 백의 해석이 될 것이고 무엇 하나 왜곡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나는 관점만 강렬하고 생생하다면 합리성은 어떻든 간에 혼은 자연히 깃들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브레히트_  청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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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병아리

일상 2010. 7. 14. 23:00



그러게. 내 말이 맞지.
좋아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데.


_드라마, 위대한 계춘빈





 내 나이 아홉 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병아리를 키웠다. 한참 고민하다 한 마리 골랐을 때의 설레임과 손에 쥐어지던 이상한 뼈의 감촉이 기억난다. 처음엔 너무 예뻐서 하루종일 쳐다보고 붙어서 같이 놀 거리를 찾았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니 조금 시들어지길래 마루에 돌아다니는 게 정신사납기도 해서 시끄럽다싶으면 베란다에 내놓곤 했다. 흔히 그리 되듯이.     어느 날 방에 틀어박혀 동생이랑 한참 놀다가 빗소리를 들었다. 별 생각없이 또 몇 십분을 놀다가 번뜩 병아리가 생각났다. 미리부터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 도저히 베란다문을 열지 못 했다. 몸이 저리도록 너무 쩔쩔매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용기내 열었는데, 비에 맞은 병아리가 문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들일 생각을 하기도 전에 너무 징그러워서 바로 문을 닫아 버리고 동생과 소리지르며 방으로 뛰쳐 들어갔다. 그리고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엄마가 병아리 시체를 치웠을 것이다. 두 눈을 바로 뜬 비에 젖은 병아리의 클로졉된 얼굴이 꽤 오래 떠올랐고 잊고 살다가도 불현듯 떠오르고 또 말다 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되게 세게 그 이미지가 다가 왔는데, 죄책감에 방구석에서 울며 편지를 써서는 이층 내 방에서 편지를 날려 보냈었다.    이제 그 이미지나 죄책감은 거의 사라졌는데 그 병아리가 아직 나를 붙잡고 있는 게 있다. 그건 내가 어쩌지도,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그냥 받아들일 만한 그 무엇이다. 처음엔 무서웠던 그 병아리 눈이 이젠 내게 점점 서글프게 보인다.  그렇게 희미해져 간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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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좀주세요

일상 2010. 7. 13. 05:30



수국아 고개를 쳐들렴.
오늘 계속 너 봐서 그런지 슬퍼.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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