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398건

  1. 2010.07.04 the end of the world 4
  2. 2010.06.29 울렁
  3. 2010.06.23 빙글빙글
  4. 2010.06.22 낳아라 2
  5. 2010.06.21 정갈한 똥 4
  6. 2010.06.18 생경한 말들, 생경한 얼굴들, 생경한 .. 2
  7. 2010.06.14 유월
  8. 2010.06.05 【 】 4
  9. 2010.06.01 선거 2
  10. 2010.05.30 그것

the end of the world

일상 2010. 7. 4. 01:30

기름먹는다고 에어컨도 떼어 낸 십팔 년 된 차가 뜨거운 바람 매몰아치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주인장은 노래 테잎을 하나를 거칠게 라디오에 꽂습니다.
노래가 시작되기도 전에 웬 중후한 남자가 뭐라고 독백을 하길래 뽕짝인가 했더만,
나긋한 멜로디가 시작되고 무심한 목소리의 외국 여자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한국 남자는 이내 가사 한줄한줄 따라 통역해줍니다. 마치 디제이처럼.
촌스러운 것이 제맛이었습니다. 

why does the sun go on shining
태양은 왜 저렇게 계속 빛나는 걸까요.
why deos the sea rush to shore
파도는 왜 자꾸 해변으로 몰려드는 걸까요.


이런 테잎은 어디서 구하셨나요,
몰러, 내가 사우디를 왔다갔다 하다가 얻은 것 같은디. 좋지?





노래가 시작되고 한박자 늦은감 있는 기계적인 박수가 흘러나오자 skeeter davis가 어색하게 웃다 마는 부분의 느낌이 좋군. 눈썹에 힘줄 때마다 접치는 주름들도 참 좋고.



가평가는 길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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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렁

일상 2010. 6. 29. 17:00

내장을 박박 긁어내고 싶다
호박 속 파듯 숟가락으로 박박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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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일상 2010. 6. 23. 02:10


이상하고 신비하고 빙글빙글한 것들 계속 들여다보자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 뿐이지않은가
이 세상에서 내 세계를 발견할 수 있으려면 그것 뿐이잖은가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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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아라

일상 2010. 6. 22. 16:11

-언니 우리 아지 귀엽지
-그러네
-사진봐봐. 아 보고싶어 보고싶어
-어? 어. 그래
-결혼해서 강아지 낳아야지
-그래 (응?)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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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한 똥

일상 2010. 6. 21. 01:08



정갈하고 매끈한 똥이 내 몸에서 쑥 빠져나가고 난 후
한참 동안 기분좋은 심장의 두근거림.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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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_고바야시 히데오 평론집_ 문학이란 무엇인가


나는 이런 생각을 종종 해. 우리들은 모두 각자의 생생한 경험 맨 꼭대기에 기이하게도 생경한 말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다만 그런 말들은 당연히 교환가치가 부족하니까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데 지나지 않는 거야. 만일 그런 말들을 한데 모아서 확실하게 쳐다볼 수 있다면, 우리들 모두는 말이라는 것이 인간의 표현 중에서 가장 고급스런 것이라고 수긍하게 되지 않을까?
어찌 됐든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에서 쓰여진 소설이나, 시를 쓰고 싶은 마음에서 쓰여진 시의 범람에 모든 흥미를 잃어버린 지금, 나는 남들이 하는 그러한 말들이 내 마음에 부딪힐 지극히 드문 기회만을 바라고 있다고 해도 좋을 거야.


오른쪽에서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자연스럽게 왼쪽을 쳐다보았어. 하려고 하던 말과 전혀 다른 말을 하면서도 태연했지. 전차 속에서 갑자기 옆자리에 앉은 남자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싶은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서 그에게 말을 걸었어.


인간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 과거와 허영. 이 두가지의 명백한 의미를 이미 나는 잃어버린 것 같아. 그만한 나이에 자기 몸 하나 챙길 줄 모르다니 우습지도 않다고 사람들은 말하지. 나도 우습지도 않다고 생각해. 단지 요즘 이 우습지도 않다는 말의 의미가 점점 더 아리송해지는 게 답답하네만, 무슨 일이든 정확한 의미를 파악한다는 게 몹시 힘들게 느껴져. 다시 한 번 말하네, 나는 지금 몹시 진부한 한탄을 하는 중이라고.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바다는 파랗다고 배운다. 그 아이가 눈앞에 펼쳐진 시나가와 바다를 사생하려고 하다가 바다색이 파랗지도 빨갛지도 않은 걸 느끼고는 아연해져서 색연필을 내던졌다면, 그 아이는 천재다. 그러나 일찍이 이 세상에 그런 괴물은 태어난 적이 없다.



갑자기 나는 앞에서 컵을 들고 있는 남자가 망령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본다네. 왜 그의 모습은 놀랄 정도로 인간과 닮은 것일까? 또는 인간이 그런 식으로 운동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도르래와 톱니바퀴를 몇 개나 필요로 할까? 아니 그보다도 왜 나는 그와 기묘하게도 비슷한 모습을 한 생명체란 말인가? 라고 하기보다 오히려 왜 타인이 그 언저리를 어슬렁거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나는 결론적으로 하품을 하지, 그리고 내가 하나도 졸리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돼.



자네만큼 남한테 배우지도 않고 남한테 가르치려 들지도 않는 사람도 드물 거야. 그런 자네가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는 자네의 천재성이 나를 황홀하게 만든다네. 자네의 이런 부분이 그 밖의 부분들과 잘 조화되지 않을 때, 특히 자네는 아름다워. 결코 무장한 적이 없는 자네의 마음은 어떤 자잘한 이론의 틈새도 태연스럽게 빠져 나갈 만큼 유연하지만, 또한 어떤 뜻밖의 농담에도 상처받지 않을 만큼 단단하지. 농담에 상처받는다는 말은 이상한 말이지만, 정상적인 말에는 얼마든지 발뺌을 준비하는 주제에, 아주 사소한 농담에는 속을 태우는 사람들을 나는 질릴 정도로 많이 만났거든. 나는 말이 많은 사람을 입다물게 하는 일만큼은 자신이 있어.



인간이 인간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을 나는 그다지 믿을 생각이 없다. 자신을 냉정하게 관찰해 보는 게 좋다. 그떄, 마치 육체 속으로 이물질이 들어오는 고통을 느끼듯이, 관찰이라는 이물질이 침입해 오는 불쾌감을 느껴 보지 못한 정신은 살아 있는 정신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히에이잔에 있는 한 신사에 남의 눈을 속이며 무녀 행세를 하던 풋내기 여자가, 밤이 깊어 사람들의 기척이 사라진 후에 십선사 그림 앞에서, 통통통 장구를 치면서, 맑은 목소리라 '아아 다 그렇고 그런 것이로구나' 라고 탄식하며 노래를 부를 제. 사람들이 그 노래의 뜻을 묻자 대답하여 말하기를, 생사무상(生死無常)을 생각하니, 이 세상의 모든 일은 그렇고 그런 것이로다. 내세를 도와라라고 말씀하시도다, 운운."


"우리들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의 표현에 의해 이해하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고 발레리는 말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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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일상 2010. 6. 14. 18:54


돌아가는 바람개비에서 휘파람 소리가 난다
휘파람 소리가 어떻게 들리느냐고 묻는다
묻는 자의 뺨을 세차게 때려 버렸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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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 2010. 6. 5. 01:16
                       

                          떄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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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일상 2010. 6. 1. 17:04

http://wallflower.egloos.com/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왜 "노회찬은 부르지 말자"라고 말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장면들. 민주당이 진정 한나라당을 응징하려고 했다면 한명숙이 아니라 노회찬으로 후보단일화를 했어야한다. 결국 말만 '정권심판'이지 민주당도 자기 나와바리 지키는 것밖에 다른 마음이 없는 것이다. 정말 이명박이 그렇게 싫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했어야하는 것 아닌가. 이명박이 나라 말아먹는다고 설레발을 치지만 속마음은 따로 있는 셈이다. 내가 보기에 민주당과 이명박은 공생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민주당이 멍청해서 이 모양 이 꼴로 놀고 있을 뿐이다. 

글,영상 출처 _이택광 블로그 (wallflower.egloos.com)


 뭐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는데, 선거 하루 앞 날이 되니 괜히 마음이 급해진다. 아직 믿고 싶은 정치인들이 있는 게 다행이고, 실망하든 어쨌든 그 사람들이 정치하는 걸 정말 보고 싶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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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일상 2010. 5. 30. 00:59


김진영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 반의 반은 자고 반의 반은 글을 쓰고 반의 반은 선생님의 말을 열중하며 듣는다. 내 노트를 보면, 선생님 말보다 별 상관없는 듯한 단상이 더 많다. 어떤 식으로든 수업을 듣긴 듣는다. 어쨌든 나는 강의를 들으면서 딴짓을 참 많이 한다. 어떤 선생님은, 내가 실컷 졸다가 깨서는 안 잔척 골똘히 듣더니 노트에 세 명의 인간을 그리는 걸 보고 기가 막혔다고 하니, 뭐 늘 나는 그런 식이다.. 
웃긴 건 강의 때 늘 딴짓을 하면서도 사람들에게 "김진영 선생님 강의 정말 좋아!" 라고 홍보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가식같지만 절대 거짓 아니다. 그러다 그저께 선생님께선 (나로선 너무나 전율을 일으키는)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강의라는 게 뭐냐. 어느땐가부터 나의 강의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콘서트라고 정의를 내렸습니다. 정보전달하는 사람은 아니다. 지식전달자는 아니다. 난 그런 건 못 한다. 대신 강의라는 현장 속에서 (내가 준비를 해오긴 하지만) 나도 모르게 더불어서 나오어서 나오는게 있는데 그게 중요하다. 그걸 저는 경험이라고 하고, 이건 문자 층위에서 일어나는 강의와는 다른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뭘 배웠다가 아니고, "사실 저는 선생님 강의를 듣다가 제 생각을 막 썼거든요. 왜냐면 뭐가 막 떠올라서요." 그게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강의가 그런 유발효과를 가져오길 진정으로 바래요. 이런 건 있을 수 있어요. 김진영이가 하는 강의가 아니면 결코 유발될 수 없는 그 어떤 효과가 있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거예요. 중요한 건 '그것'이라는 거예요. 프루스트 식으론 그게 우연이에요. 계획돼서 만들어진 게 결코 아니에요."




이 말에서 드러나는 이런 세계가 너무 좋다. 이런 세상, 이게 표현이 되는 걸까. 이렇게 보는 것.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이 말을 듣고 소름끼치는 느낌, 이 모든 것들, 아 이런 세상, 세상, 세상 말이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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