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일상 2025. 12. 1. 00:12

저녁 무렵에 옥상에 올라갔다가 두 건물 건너 세 번째 건물에서 작고 이상한 물체가 눈에 띄었다. 한참을 쳐다보았다. 옥상 입구에 매달려 뱅그르르 돌아가고 있는 그것은 아무리 보아도 비둘기의 무늬 같았다. 휴대폰 카메라로 줌을 해서 찍어보고, 찍은 걸 확대해보아도 정확히 무엇이고 어떤 상황에 처한 건지 확신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계속 그렇게 쳐다보게 된 것은 죽은 비둘기가 줄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예감 때문이었다. 학대인가. 누가 죽여서 저리 매달아 두었나. 다른 비둘기가 옥상에 다가오지 못하도록? 그게 아니면 어쩌다 저렇게 된 건가. 혹시 가짜 비둘기 모형일까. 아니면 비둘기처럼 생긴 다른 물체일까. 그냥 넘어가면 이내 잊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상황을 파악해야 할 것 같아서, 내 발은 이미 그 건물로 향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건물 옥상은 열려 있었는데... 거기까지 가놓고도 무서워서 나가질 못했다. 망설이다가 문을 살짝만 열어서 휴대폰 카메라만 내밀고는 이리저리 찍어보았다. 죽은 비둘기가 맞았다. 아주 가느다란 실에 목이 매달린 채 죽어있었다. 문밖으로 나가서 그 실을 끊고 바닥에 바로 떨어지지 않게 손으로 받아서 어딘가에 묻어주어야 하련만, 나는 죽은 동물의 몸이 여전히 두렵다. 이제는 혼자서 죽은 비둘기도 묻어줄 수 있고 최근에는 죽은 고양이를 안아서 다른 곳에 옮겨 묻어주기도 했는데, 그래서 많이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도저히 그렇게 죽은 비둘기를 수습해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가느다란 실이 어디서 온 건지 살펴보았다. 지붕에 얹어둔 낡은 장판에서 보풀처럼 일어난 실이었다. 그 가느다란 실에 잘못 걸려 날아가려다가 벌어진 사고 같았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된 상황이 여전히 잘 상상되지는 않는다. 난 옥상 입구에서 떠나지도 못하고 한참 서있었지만 결국 죽은 비둘기를 도와주지 못했고… 고민하다가 주거지 건물이라 누가 곧 오겠지 싶어 종이에 문구를 써서 1층 우편함에 붙였다. 옥상 문을 열고 나가다가 놀랄까봐 알려드리는 건데 그 비둘기를 빨리 수습해달라고, 그리고 그 비둘기를 죽게 한 것을 꼭 처리해달라고. 몇 시간 뒤에 다시 확인했을 때 모든 것이 정리된 듯했다. 거리에 다니는 많은 비둘기의 발가락이 잘려 있다. 머리카락이 발가락에 잘못 엉켰다가 그렇게 끊어지는 일이 많다고 들었다. 여기저기서 인간의 눈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 가느다란 실이 새들의 숨통을 끊어놓기도 할 것이다. 최대한 막을 수 있는 사고일까. 방법이 있을까.
발견하고도 빨리 수습해주지 못한 그 비둘기에게 정말 미안하다. 죽기 전에 고통스러웠을 그의 명복을 빈다. (25.6.27)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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