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카테고리 없음 2025. 1. 5. 08:24

 

 

수송트럭 기사는 돼지들을 계류장으로 옮기고는 아마도 질식해서 죽었을 남은 돼지 앞에서 사진을 두 번 찍더니 어디에선가 긴 천을 주워와서는 돼지의 몸에 자신의 손이 닿지 않으려 애쓰며 천으로 돼지를 트럭에서 바닥으로 떨어뜨리고는 더는 돼지를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트럭을 몰고 떠났다. 차가운 얼음 바닥에 누워있던 돼지의 몸. 얇게 뜬 눈. 살짝 밖으로 나온 혀. 어디서 흘렀는지 모를 몸 앞의 피. 똥칠된 온 몸. 사는 동안 그 냄새를 견뎌야 했을 코. 숨쉬기 어려웠을 마지막 순간.

몸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친구가 죽은 돼지 앞에 한참 앉아 있을 때 나는 그 앞에 둘 작은 꽃이라도 구할 수 있을까 싶어 잠시간 주변을 허둥지둥 돌아다녔다. 꽃이 있을리가 없고, 또 그게 무슨 소용이라고. "따뜻한 볕이 있는 곳으로 옮겨주고 싶다"고 내뱉은 부질없던 말도.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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