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에서 일주일간 침낭을 접지 않았다.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지 않으면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이 들자마자 서둘러 짐을 쌌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맥간에서 다람샬라로 내려왔다. 다음 목적지인 쉼라로 이동하는 버스는 서너 시간 후에야 떠날 예정이었다. 컴컴한 역사에 앉아 있기엔 막막한 마음이 들어 역 밖으로 나가자 장터가 보였다. 주민들로 북적거리는 길 한 귀퉁이에 앉아 거리가 한적해질 때까지 돌아다니지도 않고 꼼짝않고 그렇게 앉아 눈앞의 풍경을 지켜보았다. 오래지 않아 장터의 가게들은 문을 닫았고 거리가 한적해지자마자 불빛 역시 사라졌다. 쉴 만한 카페를 찾으려 주위를 한참 걸었지만 보이지 않았다. 맥간에는 그토록 많던 카페, 다람샬라 이곳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후미진 골목 입구에서 작은 매점 하나를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평소보다 큰 목소리로 나마스떼라고 인사하자, 시큰둥한 표정의 주인 그저 묵묵하게 밥을 먹는 사람들. 비스켓 하나와 짜이 한 잔을 시키고는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막 식사를 끝낸 한 무리의 현지인들이 매점을 빠져나가자 주인은 텔레비젼을 끄고 라디오를 켠다. 이제는 익숙해진, 멜로디와 창법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주인은 음악을 흥얼거리며 도마 위의 반죽을 마저 밀기 시작한다.

새삼 요 며칠 내가 머물던 맥간은 여행자를 위해 잘 차려진 곳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닥닥 붙어있는 집들의, 작은 불빛들이, 희미하게 일렁였다. 이곳 어디에도 불빛을 환하게 켜둔 걸 보지 못했다.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이곳 주위에, 나 같은 여행자는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런 예감이 든다. 순간 나마스떼라는 소리가 들리고, 고개를 돌리자 막 일을 끝내고 귀가하는 듯한 한 젊은 남자가 들어온다. 음식을 시키고 자리에 앉는다. 주인과 남자가 대화를 시작한다. 무슨 얘길하는지 간간이 웃는다. 불평을 하는지 남자가 찡그리며 많은 말을 한꺼번에 쏟아내기도 한다.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는지 한번씩 나를 본다. 그러는 사이 음식이 완성됐고 남자는 말을 멈추고 빠른 속도로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불현듯 몸과 마음이 느슨해지고 평온해진다. 눈치채지 못하게 이곳에 스밀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아무 염려 없음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 이 순간의 치기가 잠시나마 나를 자유롭게 한다. 어차피 지속될 수 없는 순간의 감정이라는 걸 알기에 마음껏 낭비하고 싶다. 정작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좇는 자유. 자유보다는 해방. 어디로부터의 해방인지는 모르지만 저기보다 여기가 좋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는 사이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남자와 눈이 마주치고 그의 눈에서 나의 태만을 읽는다. 아니에요. 나도 지금 꽤 치열하다고요…. 아무렴, 어떻게 오해받든 나는 다시 떠날 여행자인 걸, 오해받는다는 것마저 오해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런데도 왜 나는 지금 당신에게 미안할까. 미안해하는 순간 치기스런 꿈을 깬다. 곧 이곳마저 문을 닫으면, 늦은 밤 버스가 출발하기까지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까. 매달리는 심정으로, 이 공간에 더욱 친밀해진다. 막 탄생한 풋풋한 향수를 느낀다. (2013. 1. 7)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