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열시가 넘어 일어나서-아 이곳은 얼마나 따뜻한가-영화 한 편을 다 보고 점심때가 되어서야 숙소를 나섰다. 시나몬과 라씨와 짜이를 마시고 락시만 줄라를 따라 한참 걸어나갔다가 버터과자를 먹으며 되돌아왔고 갑자기 기운이 떨어져서 방으로 돌아와 늦은 오후에 잠을 잤다. 생각보다 꽤 걸었나보다. 저녁 여섯시에 다시 일어나 리틀 부다 카페에 와서 양이 엄청 많은 계란 볶음밥을 먹었다. 오래 머물고 싶어 밥을 조금 남겨두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끝까지 다 읽었다. 그 사이 벌써 세 시간이 지났다. 내가 평안하게 잘 여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평안하다. 읽을 책이 다 떨어질 만큼 여행이 길어지면 무척 심심할 것 같지만 그때쯤이면 책 없이도 잘 지낼 만큼 여기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밀란 쿤데라가 정말 좋다. 책의 마지막 장면이 너무 슬퍼서 책을 덮고 엎드려 조금 울었다. 이곳에서 한글로 된 그의 다른 책을 구하고 싶다. 갠지스 강에서는 물냄새가 나지 않는다. 리쉬께쉬의 밤하늘에는 별이 보이지 않는다. 물 안개 때문이겠지. 별이 안 보일 만큼 더러운 곳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2013-01-12)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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