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열시가 넘어 일어나서-아 이곳은 얼마나 따뜻한가-영화 한 편을 다 보고 점심때가 되어서야 숙소를 나섰다. 시나몬과 라씨와 짜이를 마시고 락시만 줄라를 따라 한참 걸어나갔다가 버터과자를 먹으며 되돌아왔고 갑자기 기운이 떨어져서 방으로 돌아와 늦은 오후에 잠을 잤다. 생각보다 꽤 걸었나보다. 저녁 여섯시에 다시 일어나 리틀 부다 카페에 와서 양이 엄청 많은 계란 볶음밥을 먹었다. 오래 머물고 싶어 밥을 조금 남겨두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끝까지 다 읽었다. 그 사이 벌써 세 시간이 지났다. 내가 평안하게 잘 여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평안하다. 읽을 책이 다 떨어질 만큼 여행이 길어지면 무척 심심할 것 같지만 그때쯤이면 책 없이도 잘 지낼 만큼 여기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밀란 쿤데라가 정말 좋다. 책의 마지막 장면이 너무 슬퍼서 책을 덮고 엎드려 조금 울었다. 이곳에서 한글로 된 그의 다른 책을 구하고 싶다. 갠지스 강에서는 물냄새가 나지 않는다. 리쉬께쉬의 밤하늘에는 별이 보이지 않는다. 물 안개 때문이겠지. 별이 안 보일 만큼 더러운 곳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2013-01-12)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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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www.zno.kr znoflo 2013.11.20 1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도 가고싶어지는 글이네요. 뭉클...

    • Favicon of https://highfinish.tistory.com 브로콜리너뿐야 2013.11.24 23: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리쉬께쉬 좋아요. 해질 무렵마다 강가에서 푸자가 열리는데 곧잘 그걸 챙겨 보고 짧은 사이 어두워진, 불빛 하나 없는 거리를 오래 걸어 숙소까지 갔던 기억. 약간 무서운 마음으로 랜턴을 비추며 걸었던 시간과 어느새 익숙해져 굳이 랜턴을 켜지 않고도 컴컴한 거리를 잘 걷던 시간의 사이.

  2. Favicon of https://www.zno.kr znoflo 2013.11.25 22: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같은 거리를 걷는다해도 왠지 저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님의 시선이 부럽네요... 묵은 일기 많이 올려주세요.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