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여행 2013. 11. 25. 00:03

밤새 많이 아팠다 방의 한기에 떨면서도 온몸에 열이 나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잠들지도 못한 상태에서 꿈이 찾아와 어지러운 밤을 보냈다. 침낭 안에 온몸을 잔뜩 웅크리곤 밤새 끙끙 대다 새벽을 맞았다. 여행에서의 첫 앓이. 여행 한 달 만이었다. 실컷 아프고나자 비로소 새 땅에 적응한 기분이 들었고 제자리에서 틀어졌던 것들이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한껏 열을 낸 몸이 아프기 전보다 평온해졌다. 어제보다 맑은 아침이었고 어제보다 히말라야 능선이 더욱 잘 보였다. 눈에 띄게 큰 날개를 가진 독수리가 설산 가까이로 유유히 날아가고 있었다. (나가르코트, 네팔, 2013-01-27)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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