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말들

여행 2014. 2. 15. 11:59

 

진정한 삶에 대한 메모 : 흔히 말하는 이 진정한 삶이란 대체 무엇인가. 물음으로써는 결코 답을 구할 수 없는, 한없이 호명함으로써 이 의미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건 진정한 삶 그 자체의 의미일 뿐이고 진정한 삶을 산다는 것과는 또 다르다.

 

양치질을 하면서도 변기에 앉아있으면서도 나는 불안해하는 것이다. 십 년, 이십 년, 오십 년 동안 이 행위를 이같은 평온한 상황에서, 상태에서 지속할 수 있을까. 언제든 깨어질 평온 같았고 나는 항상 그 위험의 상황에 대비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 상황에서 더욱 최선을 다해, 다시는 씻지 못할 것처럼 다시는 이 양변기를 이용하지 못할 것처럼 내 행위를 하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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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지난 여행 노트를 아직까지도 옮기고 있다. 대부분의 일기는 다듬어지고 일정 부분 고쳐 쓰인다.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그때의 상태를 가늠해보려 애쓰지만 그럼에도 풀리지 않는 말들은 지금의 내가 새로 쓴다. 심지어 어떤 글은, 시기마다 내가 조금씩 변하기보다는 어떤 글을 쓰고 있는 그 순간에 형성된 내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처럼 첫 자음을 시작으로 마지막 모음을 마지막으로 툭 잘려 나온 나. 그런 글은 고치거나 새로 쓰지 않는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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