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은 이 세상의 모든 어둠을 일시에 밝게 비춰줄 한 광채의 존재를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서 보았으며, 자신이 그 빛을 본 첫번째 사람이 아니란 것도 배워서 안다. 그래서 그는 착하고 진실한 삶이 저기 있는데 왜 우리는 이렇게 비루하게 살아야 하는지를 날마다 묻게 된다. 어쩌면 그가 쓰는 시는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그는 제가 좋아하는 말을 골라 이리저리 조합했을지 모른다. 제가 무엇을 썼는지 자기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에 제목을 붙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진지할 것이 없어 보이는 말장난을 할 때조차도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는다. 그는 자기 자신도 누구도 속인 것이 아니다. 그는 벌써 포기할 수 없는 것을 보았기에, 그가 쓰는 말들이 그 포기할 수 없는 것과 늘 새롭게 관계를 맺기에, 그의 시는 이 모욕 속에서, 이 비루함 속에서 이렇게밖에 살 수 없다고 생각하려던 사람들을 다시 고쳐 생각하게 한다.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p38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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