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핀다.

일상 2014. 11. 9. 02:41

 

꿈을 꾸었는데, 옛날 사람들이 보였다. 내가 옛날에 가까이 했던 사람들, 그때 그 시절 소중했던 사람들. 막 눈을 떴을 땐 내가 어떤 꿈을 꾸었는지조차 몰랐고, 그저 꿈에 눌려 배어나온 어떤 기운에 압도당한 채 부신 창문만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거리에 내팽겨친 듯한 짐들을, 각자 맡은 바가 있는 듯 신중하고 열심히 닦고 분류하며 상자에 담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앞에 한 사람, 고개를 돌리니 또 한 사람,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여기 어딘가에 있을 사람들. 이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나 반가워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마음을 표현하려 애썼다. 반가운 마음이 넘쳐흘러 벅찼다. 하지만 내 마음은 상대에게 전해지는 것 같지 않았공간만을 진동시키는 듯 했다. 이곳이 허물어질 것 같았다. 잘 지냈냐고 물어보고 잘 지내냐느냐고 물으며 얼굴 표정을 살폈다. 후회를 인정하면 내일 죽어야 한다고 말한 사람을 안다. 후회되는 게 너무 많다고 고쳐 말한 사람을 안다. 아름다운 꿈이었다. 일순간일지라도 오직 한가지 감정으로 꽉 채워진 기분은 오래도록 남아 황홀하다. 꿈일지라도. 소중한 걸 매번 허물어뜨리며 지나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폐허 속에서 기어코 기어나오는 것만을 수습해가며, 겨우.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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