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일상 2014. 12. 13. 01:32

병원의 외래실. 비어 있는 두 진료실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 대기좌석엔 남녀가 붙어 앉아 휴대폰을 함께 보고 있다. 그 앞엔 데스크 주위를 반복해서 왔다갔다 하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남녀에게 말을 걸더니 답을 들은 건지 외면당한 건지 다시 데스크 앞을 계속해서 걸어 다닌다. 데스크에 여간호사가 들어오자마자 남자는 다가가 접수증을 내민다. 오후 한 시 이십 분 예약을 확인해 달라는 말에 그녀는 주치의가 누군지를 묻는다. 톤이 좀 올라간 목소리로 남자는, 그러니까 주치의를 확인해달라, 고 한다. 등록번호를 컴퓨터에 두드려넣은 간호사가 이름 하나를 일러 준다. 남자는 뭐라고? 라고 되묻고 간호사는 또박또박 다시 이름을 불러 준다. 남자는 갑자기 한 손을 오른쪽 머리 위에 갖다 대더니 잠시 얼굴을 찡그린 채로 있다. 남자는 털모자를 쓰고 있고 그 털모자에 반쯤 가려진 반창고가 보인다. 남자는 소리를 지른다. 왜 데스크에 간호사가 아무도 없었느냐고. 눈이 커진 간호사는 지금 오지 않았느냐고 답하고는, 억울한지 약간 메인 목소리로 지금은 점심시간이라 자리를 비워도 되는 거라고 말한다. 간호사에게 더 바짝 다가선 남자는 병원이라는 곳에서 환자가 기다리는데 이런 식으로 자리를 비워도 되는 거냐고 아까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지르고 그런 그를 잠시 빤히 쳐다본 간호사는 한숨을 푹 쉰다. 저희도 밥을 먹어야 할 것 아니에요, 라고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말하고, 뭐 이딴 곳이 다 있어! 라고 소리친 남자는 여전히 그의 머리에서 손을 계속 떼지 못하고 있다. 다시 접수증을 뺏어 든 남자가 털모자를 반쯤 벗었다가 다시 눌러 쓰며 좌석으로 가 털썩 앉는다. (2011. 12. 26)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