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8월 메모

일상 2015. 8. 16. 15:00

1.

<인사이드 아웃>

슬픔이 없는, 오직 기쁨만으로 순수한 기억을 갖고 싶다. 난 되려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는 슬픔 없이 떠올릴 수 없는 내 모든 기억들이 슬펐다.

기쁨이 캐릭터가 참 좋았다. 라일리를 위하듯 그렇게 내가 행복하기를 진심을 다해 노력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기쁨이란 존재가 있었을 거라는 상상에, 삶이 끔찍해져버린 숱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더욱 슬퍼졌다.

 

 

2.

<잡식가족의 딜레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과하게 느껴질 법한 순간마다 결코 그 과함의 경계를 넘지 않는 연출의 노련함에 감동했다. 고기와 살아있는 돼지가 붙는 몽타쥬는 맥락을 아무리 다듬어도 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잡식동물 인간의 마음일 것이다. 불편은 하되 그 불편의 정도를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큐. 오로지 먹기 위해 가축을 가혹하게 사육시키는 문제에 대한 충격은 이미 예전에 받고 이내 잊었는데, 이번엔 차분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그나저나 감독은 마지막의 두 컷(돼지고기와 살아있는 돼지)을 이어붙이는 데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을까? 

 

감독의 “돼지가 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이후에 이어지는 일들이 이 다큐의 중심 이야기이지만 역시나 내 관심은 저 말에 더 오래 머문다. 저 마음을 강하게 와닿게 하는 디테일을 더 보고 싶다.  

 

 

3. 옮긴 것들.

나는 세계가 영화에 의해 구원될 것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나에게 있어 영화는 세상이고 나의 여행이다. 나는 나를 경탄케 할 수 있는 작은 이상향을 발견하고자 노력하며 영화와 함께 그 여행을 생각한다. _테오 앙겔로풀로스

 

‘소멸되어 사라지는 것보다 시간 앞에 옅어져 가는 삶’이 펼쳐진 우리의 공간에 관한 작업을 해 나갈 예정이다. _<재>를 만든 오민욱 감독 소개 중에서

 

 

4.

아버지가 말했다. “너는 산전수전 다 겪어봤으니 내 심정을 더 잘 이해하지 않겠나.”

그 순간 내가 놀라웠던 것은 갑자기 아버지가 이해가 되어서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도 아닌 내가 산전수전을 다 겪어봤다고, 사실 여부를 떠나 딸에 대한 당신 나름의 이해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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