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일상 2015. 8. 13. 18:00

 

신기주: 모든 젊은 세대가 과거 세대의 잘못에 반기를 드는 건 아닙니다. 2000년 12월 월간 『말』에 기고한 글에서 보니까, 젊은 교수 한 분이 등장하더군요. 교수님께서 진중권 교수의 용어를 빌려서 비유한 마이크로 파시즘을 행한 직접적인 당사자였죠. 그 젊은 교수는 이명원을 탄압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지적 신념을 지키는 것처럼 굴었어요.

 

이명원: 그래서 진실에 대해선 단순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그렇게 복잡하게 계산하면 자기 자신부터가 왜곡되니까요. 대학에서 학생들한테 리포트를 써오라고 하면 가끔 어딘가에서 베껴서 제출해요. 그 젊은 교수는 학부 1학년생의 리포트 표절은 문제 삼으면서 학계 전체에서 권위를 가진 사람에 대해선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태도였죠. 오히려 학부 1학년생과 달리 문학계를 상징하는 사람의 표절에는 가중치가 붙어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이명원 인터뷰: 신경숙 표절과 문학권력”에서, <인물과 사상> 208호

 

내가 복잡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건 충분히 알고 있던 것이고 이제는 그런 생각의 습관에서 좀 벗어나보려 노력해야 하지 않나 싶다. 사실 나는 이것이 내 미덕이라고 생각해왔다. 언제나 늘 기준, 어떤 지점을 바라볼 것이냐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자주 판단을 유보하고 복잡한 상태로 두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해야 할 일들도 있을 것이다. 그걸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새로운 문제겠지만.) 하지만 적어도 내가 가까이에서 ‘겪었던’ 사태들에 관해선 진실이 무언지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후에 느꼈던 절망감이 이를 증명하는 것 같다. 이 절망감과 마주해야 한다. 바라보는 것을 넘어 내가 문제 제기를 할 수도 있어야겠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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