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윤동주)

인용 2015. 9. 3. 00:20

 

어쩌다 읽은 윤동주 시집인데 너무 좋다.

평생 ‘서시’, ‘자화상’과 ‘별 헤는 밤’으로 기억하고 말았을 지도 몰랐을 시인의 시들이기에 더욱 감탄이 난다. 그렇게 감탄하고 다시 읽는 ‘서시’, ‘자화상’과 ‘별 헤는 밤’은 더욱 좋다. 어떻게 나는 더 이상은 교과서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시를 읽을 수 있게 된 걸까. 다행이다.  

 

 

 

아침

 

윤동주

 

휙, 휙, 휙

소꼬리가 부드러운 채찍질로

어둠을 쫓아

캄, 캄, 어둠이 깊다깊다 밝으오.

 

이제 이 동리의 아침이

풀살 오른 소엉덩이처럼 푸르오.

이 동리 콩죽 먹은 사람들이

담물을 뿌려 이 여름을 길렀소.

잎, 잎, 풀잎마다 땀방울이 맺혔고.

 

구김살 없는 이 아침을

심호흡하오, 또 하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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