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인용 2016. 1. 24. 23:00

 

1,

아득한 현실에 대한 비난과 미래에 대한 냉소

-조성주, “오늘도 우리의 역사가 된다”, 경향신문

 

2.

일찍이 게으르크 루카치는 “하나의 독자적이고 완전한 삶에 대해 독자적이고 완벽한 형식을 부여하는” 것으로서의 에세이는 예술과 대등한 지위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에세이란 삶을 전달하기 위해 내용과 형식의 일치를 추구하려는 예술적 열망의 사물인 것이다. _이도훈, “김응수의 에세이 영화들에 대한 단상” 중에서, 『비평전문지 독립영화』 45호

 

3.

80년대에 태어나 88올림픽을 지켜보며 자랐던 우리는 <88만 원 세대>라는 낙인 아래, 어떠한 시대적 기억을 공유하며 공동체를 열망하는 ‘발성법’을 획득할 수 있을까." <88작업노트 中)

 

3-1.

나치의 집권이 임박할 무렵, 발터 벤야민은 베를린에서 보낸 어린 시절에 대한 글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글의 서문에서 벤야민은 “강하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이미지들-유년시절의 이미지들”을 의도적으로 불러내되 그 노스탤지어적 이미지들이 가져올 “동경의 감정”을 "억제하려 애썼다"고 밝힌다. 이를 통해 그는 “지나간 과거를 개인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우연의 소산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필연적인 것”으로 통찰해내고자 했으며, 이렇게 불려 나온 이미지들이 "미래의 역사적 경험을 미리 형상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전시 “88”에서 <논픽션 다이어리>로 이어지는 한국의 90년대에 대한 정윤석의 기획 역시 벤야민의 그것과 닮아있다. 얼핏 <논픽션 다이어리>에서 그가 택한 지존파 사건→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전두환, 노태우 사면에 이르는 일련의 사건들은 사회학적 조사나 보고서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픽션 다이어리>가 획득하고 있는 역사성과 시의적절성은, 감독 스스로의 청소년이기도 한 90년대에 대한 탐색의 과정(전시 “88”에서의 시도)이 없었다면 얻기 힘든 성과였을 것이다. _권은혜, “<논픽션 다이어리> 작품론”, 『비평전문지 독립영화』 44호

4.
과거에 대한 기억이 현실의 전부인 사람들을 사진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정말 막막하지요. 험한 산을 들었다 놨던 기운을 보여 주고 싶은데, 얼굴이 드러나면 남루하거나 너무 목가적으로 비춰질까봐 그건 싫고 뭘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_한금선

 

4-1.

타자에게 자기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스스로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는 거지요. 굳이 마음 속 온도와 작업의 온도가 같을 필요가 있을까. 같은 온도를 유지하는 분들에 대한 찬사와 존경은 필요하지만, 까뮈의 산문 『안과 겉』처럼 안과 겉이 다름을 인정한 상태에서 게임을 벌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안은 무엇이며, 밖은 또 무엇인가, 그 둘은 어떻게 교통하는가. _노순택


4-2.

예전에는 현장에서의 내 마음을 최대한 사람들에게 보여 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러나 가감 없이 보여 준다는 게 사실은 불가능하잖아요. 그 불가능을 인정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그렇다면 내 마음의 온도는 알겠으나 작품의 온도는 어느 정도에 맞춰야 하나 고민을 하는 거죠. 말하려는 방식이 바뀌니까 찍는 방식도 바뀐 것 같아요. _노순택


4-3.

사진은 이미 수단을 다 깔고 있잖아요. 특히 사람을 찍을 때 장면이나 상황을 수단으로 삼는 게 전제가 되는 거지요. 직업 속에 적게 혹은 많게 드러나느냐의 차이일 뿐. 그에 대한 고민 자체가 없어져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가 대상을 수단으로 대하고 있는 속물임을 인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속물임을 부인하면 발언의 수위, 행동의 반경이 너무 협소해지는 거잖아요. _노순택


4-4.

존 버거를 좋아해요. 그의 글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닌 온도도 감탄스럽고. 따뜻하고 이성적이면서도 너무나도 냉정하게 찌르잖아요. 보는 것에도 방법이 있다는 얘기도 의미 있고. 말하기와 보는 것에 방법이 있다면 보여 주는 것에도 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고민을 던져 주죠. 사실 보여 주기의 방법이 있다고 말하는 건 쉽지만, 도대체 그 방법이 무언지를 터득하는 것은 쉽지 않잖아요. 아무리 주제가 좋다고 해도 보여 주는 게 너무 단순하고, 인식의 확장이나 시각의 확장을 못 느끼게 하는 것은 실패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_노순택


4-5.

노순택의 관심사는 이렇듯 국가라는 거대한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그리고 그런 국가와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천태만상의 행동 양상을 띠는가에 맞닿아 있다. _송수정

 

_송수정, 『우리가 사랑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14인』 2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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