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가는 봄의 등뒤에 대고 지껄이던 버릇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가볍고 투명한 '소란들'을 반쯤 접힌 귀로 무심히 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소란은 누군가의 등뒤에서 잔잔해지기도, 어여뻐지기도 합니다. 


앞은 부끄럽습니다. 

등을 보고 있을 때가 좋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입니다. 

커피와 치즈 케이크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먹는데, 하루살이가 음식에 날아들었습니다. 케이크 주변을 맴돌아서 손을 휘저어 쫓아내려 했지만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약이 올라 포크를 휘두르며 좀더 공격적으로 대처했습니다. 하루살이는 포크를 피해 케이크와 접시 위에 번갈아 앉으며 수비에 열을 올렸습니다. 안 되겠어서 휴지로 잡아보려고(죽여보려고), 적극적으로 손을 움직였습니다. 

급기야 하루살이가 접시 아래로 숨어버렸고, 휴지를 움켜쥔 저는 접시를 번쩍 들어올렸는데! 접시 위에 있던 포크 두 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습니다. 

이 광경이 무척 우습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하루살이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하루살이는 얼이 빠진 제 표정을 바라보더니,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미소를 흘리며' 사라진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일화에 '가벼운 소란'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혼자 커피를 마실 때마다 생각할 것입니다. 작은 것과 싸울 때조차 포크를 휘두르던 제 모습이 떠올라 멋쩍게 웃을 것입니다. 


이 일이 '오늘 겪은 가장 큰일'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모든 소란은 고요를 기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모든 소란은 결국 뭐라도 얻을 수 있게 해줍니다. 

하루살이의 미소 같은 것.


괜찮아요.

우리가 겪은 모든 소란騷亂은

우리의 소란巢卵이 될 테니까요. 


-『소란』 중에서, 박연준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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