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여행 2019.01.15 12:50

 


2016년의 배낭여행에서 찍은 영상들 중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얼마나 긴 시간 동안 회전하는 노동을 반복했을지 모를 저 인형에는 빛과 그림자를 반씩 섞어만든 어떤 영혼이 깃들었을 것 같다. 시안에서 진시황릉 병마용갱을 보고 나오는 길에 찍었다.

나오는 길에 맥도날드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한숨이 나올 만큼 더웠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창구의 줄이 무척 길었고, 아이도 어른도 기분 좋아 보이는 표정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아이스크림을 받아서는 뜨거운 볕을 피해 맥도날드 건물 아래에 앉았다. 시원하고 달콤한 것이 몸 속을 타고 내려갈 때마다 조금씩 기분이 좋아지고 있었고 나와 같이 그러고 앉은 사람들이 열댓 명은 되는 우리 앞으로, 누군가 빠르고 요란하게 지나갔다. 전력질주해서 누군가에게 당도한 맥도날드 직원은 손님에게 잔돈을 잘못 챙겨준 모양이었다. 적은 액수인데다 바빠서 모른 척할 법도 한데 입구도 좁은 창구에서 굳이 나와 이 더운 거리 위를 달린 거다. 그는 손에 쥔 동전을 상대에게 건네주고는 손님의 표정도 보지 않고 다시 매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급해서 빨리는 가야겠는데 지친 다리가 상체를 따라가지 못해 곧 바닥에 엎드릴 듯 위태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시 내 앞을 지나 좁은 창구 안으로 들어가는 그의 얼굴은 땀으로 반질거렸다. 스무 살은 됐을까 싶은 앳된 얼굴의 여자였다. 그는 숨을 짧게 내쉬더니 다시 능숙하게 아이스크림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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