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장커

인용 2016. 8. 23. 11:43

1. “저는 영화가 인간의 가장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부분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아주 높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밥을 먹는 모습, 길을 걸어가는 모습, 거리의 분위기 등을 실감나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기 떄문입니다. 여러분들이 부산에 오셔서 길을 걷다 어시장의 한 아주머니를 보게 된 경우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장갑을 낀 아주머니께서 생선을 손질하는 모습과 밥을 먹는 모습을 볼 때, 그 분이 말 한 마디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 분의 일상과 인생이 어떠할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영화가 지닌 신기한 매력일 것입니다. ”

2. 정한석: 감독님은 누구보다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정서를 표현하는데 능한 연출자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인물들을 세워놓고 그들의 언어를 빌어서 기억을 끌어내거나, 혹은 그로써 이것이 조정된 다큐멘터리임을 밝히려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지아장커: 누군가를 영화화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그의 미세한 신체의 움직임이나 표정의 변화를 통해 우리가 그의 감정상태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24 시티>는 바로 연기자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 표정의 변화 하나를 통해서 그가 가지고 있는 아주 미미한 감정특징을 포착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만든 영화입니다. 예를 들어 <24 시티>에서 천총(陳冲)은 의자에 읹아서 말을 하면서 계속해서 움직이며 다른 자세를 취합니다. 이런 동작을 통해 우리는 그 사람의 복잡하면서도 제한된 감정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반 영화에서는 이러한 인물의 미세한 내적 감정의 표현에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3. 카메라는 그들의 말을 듣고 초상을 찍는다. 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순간은 그들이 했던 말의 일부를 카메라가 생각할 때다. 그렇다. 생각하는 카메라다. 카메라 앞에 서 있던 노동자가 실수로 시선을 던질 떄 카메라는 그들의 응시를 받아주는 무언가이며 동시에 그들이 말하지 못하거나 보여주지 못한 것을 스스로 생각할 떄에도 역시 그 무언가이다. 한 사람씩 말이 끝날 때마다 자막으로 그들이 했던 말 또는 하지 않았으나 그들을 기억할 만한 말들이 화면에 문자로 떠오를 떄 과연 그건 누구의 상념일까. 그건 이미 이 새로운 질서 안에서 생명을 갖춰 버린 카메라 자체의 상념이며 이떄 <24시티>는 정신과 기억을 갖춘 자율적인 생명이 된다. 인민의 곁에서 인민과 하나가 되려는 카메라, 그렇게 하여 또 하나의 인민이 되려는 영화. <24시티>는 지아장커의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서의 영화가 아니라 카메라에 정신과 기억이 배어 있는 가장 복잡하고 숭고한 생명체의 영화가 된다. 이것이 지아장커가 현재에 오른 위대한 봉우리다. 

4. 그는 <스틸 라이프>와 <동>을 완성한 직후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사회적인 자리에서 사람을 보았다면 이제 나는 그것을 생명이라는 각도에서 보게 됐습니다. 그게 나의 가장 큰 변화입니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이 사회는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사회에서도 살아가는 사람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지아장커 -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마스터클래스』, 정한석 지음, 인출연.예린원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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