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본 영화들 중에서 가장 최고의 장면을 꼽으라고 하면 이승준 감독의 <달에 부는 바람>에 있다. 시각과 청각 장애를 가진 예지가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한 영화이고 무엇보다 예지의 엄마가 예지와 소통하려는 노력에 관한 영화다. 
영화가 끝에 다다를 즈음 예지네 가족이 바다에 가는 씬이 나온다. 예지는 바다에서 튜브를 타고 누워 있는 걸 좋아한다. 튜브 위에 몸을 축 늘어뜨리고는 따가운 햇볕을 그대로 받으며 예지가 짓던 표정, 그게 잊혀지지 않는다. 아 그것은 ‘지었다’고 말할 수 없다. 보여주기 위한 표정이 아닌, 타인에게 보여진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얼굴이었기에. 나는 감히 그 얼굴에서 해방감을 느꼈다. 보여지는 대상으로서, 보여지는 것을 의식하는 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내 안의 어떤 갈망을 (역설적이게도 보여주는 도구로서의) 카메라가 담은 그 한 장면을 통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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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저도 장애를 타자화하는 시선일까. 일단은 비장애의 한계와 장애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 그러니까 내가 스스로를 비장애인이라 규정했을 때의 한계와 내가 가진 장애의 가능성에 대해서 말이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