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두고 요즘 가장 곱씹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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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영화는 픽션이고 다큐는 넌픽션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모두 필름 메이커의 입장이다. 영화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담론’의 일부이며 효과이다. 말할 것도 없이, 다큐멘터리에서 중요한 것은 ‘현실’이 아니라 현실을 보는 시선, 입장성(standpoint), 위치성(position), 당파성(partiality)이다. 이것은 보편, 중립, 객관을 넘어서는 다른 세계다.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는 자기 위치를 역사 속에서 자각한 당사자의 당파성에서 나온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관객이 느끼는 쾌감(‘미학적 성취’)은 이러한 깨달음 때문이다. 

물론 당파성은 약자의 사실(facts)이나 과학이 아니라 부분적 지식(situated knowledge)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백인을 포함해 앎의 의지를 지닌 모든 이들에게 매우 설득력이 있다. 볼드윈은 진실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이나 보편성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흑인(사회적 약자)에 대한 통념은 거의 대부분 실제가 아니다. 그것을 알고 있는 당사자도 있고 그렇지 않은 당사자도 있다. 그래서 투명한, 인지 가능한 ‘당사자’와 사회적 실천으로서 ‘당사자성’은 다른 개념이다. 지배 세력이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히, 당사자성이다. (정희진, 지성과 당파성 -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 다큐매거진 DOCKING)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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