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어야 한다. 카드빚은 늘어만 간다. 고깃집에서 숯불을 피우는 일을 하곤 있지만 형이 대출한 돈마저 고스란히 내 부담으로 돌아오게 됐다. 언젠가 카메라로 멋진 작품을 찍고 싶다. 하지만 빚을 내서 장만한 카메라를 카드빚 때문에 다시 팔아야만 한다."

"돈을 벌어야 한다. 사채업 일자리를 얻었지만 우울해 보이는 사람 싫다는 이유로 하루 만에 그만두게 됐다. 새로 얻은 일자리는 피라미드 회사였고 또 카드빚을 지게 됐다. 빚을 갚으러 결국 카드깡을 하게 됐다. "

나도 모르겠다.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 지. 그건 기대가 아니라 막막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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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거친 질감의 회색풍경으로 연인사이인 병석과 재경의 일상을 긴 호흡으로 응시한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을 질타하는 장면이 간간이 나온다.

‘차 없이 살 수 있어? 걷는 게 제일 싫어하는 놈이.’
‘영어 잘하면 다른 데 소개해줄까 했는데’
‘이 십새끼야 넌 고생 좀 해봐야 돼’
그리고 '배 배 배' 를 외치며 저절로 배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던 병석과 재경이 그냥 되돌아 가버리는 뒷모습에서 배 하나가 툭 떨어지는 장면.  

고민했다. 이 시대 젊은이라 불리는 나는 찔려해야 하는 것일까.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아무런 준비도 돼 있지 않고 참을성도 없어 보이는 젊은이들이 문제인걸까. 돈에 저당잡히게 하는 사회가 문제일까. 오히려 이분법으로 나누어 어느 한 곳에 책임을 전가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답답한 감정이 든다.  

꿈을 위해 빚내서 카메라를 샀지만 먹고 살기 위해 다시 카메라를 팔아 빚을 갚아야 한다. 빚을 갚기 위해서 일하는 곳은 사채 회사다. 이러한 삶의 아이러니. 악순환을 끊고 도망갈 출구조차 보이지 않는 이 사회의 견고함.
병석은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이라도 있지만 재경에게선 꿈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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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후반부 두 인물이 빚을 갚기 위해 병석은 카메라를 팔고, 재경은 카드깡을 한다. 이 장면을 집요하게 보여주는 교차편집에서 뭔가에 홀린 듯 원하지도 않는 일을 하고 있는 존재의 무기력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자신이 하루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그제서야 무덤덤한 얼굴을 걷고 굵은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는 재경은 카메라를 갖다 대며 무슨 일인지 이야기해 보라는 병석에게 말한다.

‘카메라 끄면 말할게’

모른 척 하지만 그들은 카메라를 통해 애써 자기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감정을 모두 드러내기엔 아직 극복하지 못한 부끄러움과 자괴감들이 크다.

카메라는 꺼졌지만 그들은 여전히 그 곳에 존재하고 계속 살아가고 있다. 카메라가 켜지고 꺼지는 건 그저 눈이 깜박거리는 것일 뿐. 다시 눈을 뜨니 영화는 현실이다. 주인공들에게 감정 이입되기 이전에 나는 원래 그들이었다.  


대체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영화는 희망을 주지 않는다. 현실과의 괴리를 느낄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주고 싶진 않으니까. 그래서 대신  ‘재혼한 아빠도 싫고 이혼당한 엄마도 싫어요. 형은.. 버림받아본 적 있어요? 사람 말고 돈한테. 저는 되게 많거든요.’ 라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들려 준다. 멀찍이서 롱테이크로 응시하며 세상에 드러내는 매개가 되어준다. 카메라는 니 탓이야라는 메마른 시선들 사이에서 빼꼼이 고개를 들고선 너희 잘못이 아니야 라는 말을 삼키고 있는 것만 같다.

영화의 마지막에 무기력해진 내 얼굴이 질문한다.  ‘대체 너는 왜 살고 있니’ ‘너를 살게 하는 건 뭐지?’  ‘대체 나는 왜 살아가고 있는 걸까’ ‘대체 무엇이 나를’
이들도 궁금할 것이다. 왜 우리 이렇게까지 돈에 쫓겨야 하는지 표정이 왜 자꾸 우울해져가는지.

영화가 보여주는 주인공들의 삶이 개개인과는 다를 지 몰라도 같은 시공간에 살고 있는 우리를 이끄는 작동법은 같다.
영화 '마이 제너레이션'은 제너레이트(generate) 하지 못하는 이 시대 청춘들의 풍경이고 
고통이 우리의 짐이 아니라 각자의 짐으로 남겨진 고단함을 보여 준다.

뭐든 상관 없어요. 우리 이야기 해봐요.

그래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이런 세상에 살지 않았으면 피워낼 수 있었던 가능성들을 찾아가는 삶을 살고 싶다고. 그리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병석이 카메라로 촬영하는 세상의 풍경만큼은 칼라다. 카메라 속 칼라의 세상을 흑백의 현실과 교체하기 위해 우리는 카메라에 켜지는 빨간 불을 끝까지 응시하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야 한다. 영화 '정오의 낯선 물체' 에서 감독이 말하는 것처럼, '무슨 이야기든 해보세요. 진짜 이야기든 가짜 이야기든 상관 없어요' 우리 세대의 이야기는 자꾸 생산돼야 한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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