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오상순은 엄청난 골초였다고 한다
명동백작이라는 드라마에서 다방에 앉아 연신 맛있게 담배를 피우고 있던 오상순이 떠오른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시간이 한없이 늘어지면서 나도 저렇게 담배를 많이 피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명세 감독이 예술가가 되려면 담배 많이 펴야 한다는 말에 골방에 틀어박혀 한번에 한 보루를 다 폈다는 일화처럼.
오늘 아침 문득 오상순 시인이 담배피는 모습이 떠올랐다 물론 드라마 속 이미지긴하지만,
자신이 담배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렇게 담배를 많이 피워대면 자신도 담배처럼 소진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걸까
갑자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눈 앞 대상과의 거리가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그냥, 남은 불씨는 물에 맡기고 허리를 살짝 꺾고 재떨이에 몸을 뉘이고 있는 꽁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방랑의 마음/오상순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오!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나의 혼...
바다 없는 곳에서
바다를 연모하는 나머지에
눈을 감고 마음 속에
바다를 그려보다
가만히 앉아서 때를 잃고...
옛 성 위에 발돋움하고
들 너머 산 너머 보이는 듯 마는 듯
어릿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다
해 지는 줄도 모르고...
바다를 마음에 불러 일으켜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깊은 바닷소리
나의 피의 조류를 통하여 오도다
망망한 푸른 해원
마음 눈에 펴서 열리는 때에
안개 같은 바다의 향기
코에 서리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