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일상 2008. 3. 26. 10:51


시인 오상순은 엄청난 골초였다고 한다
명동백작이라는 드라마에서 다방에 앉아 연신 맛있게 담배를 피우고 있던 오상순이 떠오른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시간이 한없이 늘어지면서 나도 저렇게 담배를 많이 피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명세 감독이 예술가가 되려면 담배 많이 펴야 한다는 말에 골방에 틀어박혀 한번에 한 보루를 다 폈다는 일화처럼.

오늘 아침 문득 오상순 시인이 담배피는 모습이 떠올랐다 물론 드라마 속 이미지긴하지만,
자신이 담배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렇게 담배를 많이 피워대면 자신도 담배처럼 소진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걸까

갑자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눈 앞 대상과의 거리가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그냥, 남은 불씨는 물에 맡기고 허리를 살짝 꺾고 재떨이에 몸을 뉘이고 있는 꽁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방랑의 마음/오상순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오!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나의 혼...

바다 없는 곳에서
바다를 연모하는 나머지에
눈을 감고 마음 속에
바다를 그려보다
가만히 앉아서 때를 잃고...

옛 성 위에 발돋움하고
들 너머 산 너머 보이는 듯 마는 듯
어릿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다
해 지는 줄도 모르고...

바다를 마음에 불러 일으켜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면
깊은 바닷소리
나의 피의 조류를 통하여 오도다

망망한 푸른 해원
마음 눈에 펴서 열리는 때에
안개 같은 바다의 향기
코에 서리도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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