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카프카 소설에 한창 심취해 있는데
갑자기 가스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설마 하며 킁킁 신중히 맡아 보았는데 정말 가스냄새였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왜 가스 냄새가 나는 거지 연료가 새는 건가 버스에 문제가 생겼나
설마, 버스가 폭발하는 건 아니겠지
걱정이 깊어질수록 가스 냄새는 더욱 더 짙어 졌다
답답한 건 주위엔 킁킁 거리지 조차 않으며 버스와 함께 무심히 흔들거리는 무표정한 사람들
어떡하지 가스 냄새 난다고 주위에 말해야 하나 버스 폭발할지도 모르니까
사람들 빨리 대피시켜야 하는 건 아닌가
하지만 소심한 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순간 나는 죽음을 앞둔 사람이 되었다
그래 이렇게 죽을 수도 있는 거구나 부여잡을만큼 지금 억울한건 없으니까 그래 괜찮아
그런데 왜 난 위험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소심하게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는거지
내 소심함이 죽음보다 중요한 체면인가 말을 해 말을 하라고 왜 이렇게 가스냄새가 심하게 나는 건지 조그만 마음이 높아지는 밀도에 터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에선가 찬바람이 얼굴을 확 때린다
앞에 앉은 아줌마가 창문을 열었다 가스냄새가 내 코로 다 숨어 들어간다 시큼하게 눈으로 확 올라온다
고개를 떨군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아니 변하지도 않았던 내 표정은 그대로 책을 마저 읽어 내려간다

검은 얼굴의 카프카가 말한다

내가 시험굴착을 했을 때, 그가 혹 내 소리를 들었을 수 있었으리도 모른다, 비록 내가 파는 방식이 극히 작은 소음을 내지만, 그러나 그가 내 소리를 들었더라면 나 역시도 그 사실을 조금은 알아차리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그도 귀 기울여 듣자면 적어도 작업중에 이따금씩은 멈추어야 했을테니
-그러나 모든 것은 언제까지나 변함없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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