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늠할 수 없는 안부들을 여쭙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안녕 하고 물으면, 안녕하고 대답하는 인사 뒤의
소소한 걱정들과
다시 안녕하고 돌아선 뒤 묻지 못하는
안부 너머에 있는 안부들까지
모두,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

소설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_김애란


안녕- 안녕- 이 기분 좋은 인사말, 마치 ‘안녕’이라는 말 한마디로 인간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 같다. 오늘도 우린 얼마나 ‘안녕’이라는 말을 많이 흘리고 다녔을까. 그 한마디엔 반가움, 걱정, 아쉬움 같은 풍부한 감정들이 담백하게 압축돼 있다. 그리고 만남과 이별이 모두 담겨 있는 아이러니한 말, 안녕. 무언가를 시작하고 또 마무리를 지어버리는 그 폐쇄성. 내겐 너무 매력적인 말이다.

아아. 날씨 좋은 봄날. 안녕. 이라고 했을 때의 상냥함과 애틋함을 마음껏 흘리며 다니고 싶다.
대신 난 안녕이라는 말로 나를 잡아 끄는 영화들을 뒤적거려 본다. 영화
들 역시나 상냥하고 애틋하다.


 "안녕 쿠로" (2007) 감독/마츠오카 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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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는 아키즈라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한 개의 이름이다. 영화는  1960년대 나가노현에 실존했었던 일을 소재로 했다. 실제 쿠로는 10여년을 넘게 학생들과 생활했고 직원명부에도 들었다. 쿠로의 장례식 때는 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였단다.

영화는 료스케, 코지, 유키코라는 세 친구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의 학창시절 곁에서 쿠로는 또 한명의 친구로 함께 했다. 학교 사람들은 쿠로를 통해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 또 누군가의 곁에서 외로움을 함께 이겨내는 법을 배운다.
쿠로가 있어 아키즈 고등학교를 거쳐간 사람들은 참 따스했고 따스함을 배웠다. 영화는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아기자기하게 연결하면서 그런 것들이 맞물리며 풍기는 향기로운 감동이 있다.  


쿠로의 장례식이 끝나고 유키코는 료스케에 말한다.
"쿠로는 후회없는 삶을 살았겠지?"
"응. 쿠로는 최선을 다해 살았어."
"쿠로는 행복했겠지? "
"응"
"나도 행복하고 싶어"

"너에게 많은 걸 배웠어. 고마워. 안녕..쿠로"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All's Right with the World 2007) 감독/킹 와이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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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보조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홍콩의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다. 영화는 스틸사진처럼 잔잔하게 흔들리는 장면들과 여러 명의 인터뷰로 구성됐다. 사람들 역시 잔잔하게 웃으며 잔잔하게 울먹이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들이 어떻게 가난하게 됐는지를 그 고통과 절망 속에서의 느꼈던 심정들을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한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경제 발전국 홍콩사회가 놓치고 가는 것들이 담겨 있다. 그저 공공임대주택과 몇 푼의 보조금으로 이들은 행복할까. 과연 세상은 나아진걸까. 그들은 많이 공허해 보이고 여전히 불안해 보인다.
여러 명의 인터뷰로 구성된 영화는 한 사람이 인터뷰하는 목소리가 깔리면서 다른 사람의 일상생활 모습이 중첩되는 효과를 썼다. 그렇게 톱니바퀴 물리듯이 사람들의 모습은 조금씩 연결돼 있다. 그리고 난 돈이 많은 사람들 역시 내면이 행복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외화면에서 간간이 감독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의 물음에 결국은 마음이 콱 메인다.

'외로우신가요?'
'네..아..아니요' 중년의 여인은 희미하게 웃어 보인다.  

복도를 걸어 가는 세월에 많이 닳은 가느다란 다리를 가진 할머니의 뒷모습이 오래도록 아른거린다.
 

 
 "안녕 유에프오" (2004) 감독 / 김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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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에서 일을 하는 시각 장애인 경우와 버스운전기사이자 전파사 직원이자 자칭 라디오 DJ인 상현이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구파발이라는 공간을 살아가는 소박하고 건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하는 영화다. 어느 날 갑자기 사진에 찍힌 유에프오가 동네 사람들을 기대감에 부풀게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유에프오를 볼 수 있는 날을 조마조마 기다리기 시작한다. 착한 사람들의 풍경은 정겹고 경우를 향한 상현의 순수한 사랑과 경우의 밝고 용기있는 모습에 마음이 맑아진다. 영화는 일기장을 써내려가듯 소소하고 소중한 일상들의 이야기들을 아기자기하게 풀어냈다.

사람들을 들뜨게 했던 유에프오의 실체는 누군가 밤마다 흔든 야광 훌라우프 였다는 걸로 밝혀진다. 하지만  '세상에 정말 필요한 것은 기적이 아니라 감탄' 이라는 말처럼 진짜 기적은 야광 훌라우프를 신나게 돌리는 일상 속에서 오는 게 아닐까. 열심히 살고 사랑하며 진심은 통한다는 관계의 힘을 믿는 것, 그런 것들이 우리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 그렇게 차근차근 삶의 기적을 만들어 나간다. 영화는 구석구석에서 자꾸 생각할 거리들이 떠오르는 시나리오가 참 탄탄한 영화다.

아직도 경우의 맑은 미소와 시원한 오이같은 목소리가 생생하다.

뛰뛰빵빵 DJ 상현의 멘트.
"아프지 말고 밥 잘먹고 또 감기 조심하세요,여름이지만. 안녕 "



 영화 메종 드 히미코는 말한다. " 분명, 사랑은 그곳에 있다 조금씩 마주 보는 것..., 서로에게 상냥해지는 것..." 안녕이라며 따뜻하게 말을 걸어오는 영화들 속에서 난 생각한다. 세상 속 모두들 안녕할 수 있도록 진심어린 사랑을 담아 '안녕' 이라 말하고 싶다고.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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