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방 건조하지 말라고 물을 축여 놓은 걸레가 몸을 뒤틀다 굳은 채 말라 있다. 어설프게 뚜껑을 쓰고 있는 까스활명수 한 병이 웅크리고 있는 제 그림자를 밟고 서 있다.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는 듯한 난로가 지친 듯 내 앞에 있다.  
앞으로 걸어 가고 싶지 않다. 되돌아 가고 싶지도 않다. 퉁퉁 발을 크게 굴리면 이 지점에서 얼음이 부서져 버렸으면 좋겠다. 척수가 아리는 그 얼음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싶다.
살고 싶지도 죽고 싶지도 않으면. 잠을 자고 싶지도 깨어 있고 싶지도 않으면.

그래도 나를 살게 하는 것들을 마주하며 나는 웃는다. 그런데 가끔 나를 살게 하는 것들 때문에 나는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서 난 삶과 죽음을 의식하지 않은 채 흘러가는 일상의 시간은 얼마나 위대한 건지 새삼 느낀다.  

쪼그려 앉아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보았다. 마츠코는 살인을 하곤 베란다에서 몸을 날려 자살하려다 반사적으로 난간에 매달린다. 들려오는 나레이션 '그런데도 아직 내 몸은 살고 싶어했습니다' 뭔가 나를 퉁 치며 온 몸이 울렸다. 내 몸이 그걸 보고 운다.  
지난 밤 꿈에 호텔의 연회장엘 들어섰는데 검은 옷을 입은 아기가 바닥에 코를 박고 잠을 자고 있었다. 놀란 나는 달려가 아기를 똑바로 뉘었다. 돌아 눕히자 하얀 얼굴에 퍼지는 쌔근 하는 숨소리에 나는 마음이 놓여 펑펑 울었다.

이 조마조마한 허무함은 무엇인가.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