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폐막작으로 본 '모두들 안녕하십니까'를 보다 든 단상.
 

배경은 홍콩. 한 소녀는 말한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걸 굉장히 치욕스럽게 생각하셨다고. 또 한 노인은 공무원들이 보조금 때문에 찾아왔을 때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라며 거부했다고 한다. 가난했지만 자기 스스로 벌어 먹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살면서 잘 돼도 않는 복지에 기대를 걸긴 하지만 한편 여전히 복지가 껄끄러운 건 사실이다. 복지도 결국은 권력 관계다. 노숙인 무료급식 같은 거. 그건 주는 사람이 주지 않으면 급식은 중단되고 배고픈 사람은 굶게 되는 거다. 그래서 요즘 인권운동에서 주말농장을 열어 자급할 수 있는 운동을 생산하고 있는 거고.

처음엔 보조금 받는 걸 생각도 못했다며, 이젠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가겠냐며 다행이라 웃는 영화 속 사람들에게서 나는 왠지 모를 서늘함을 느꼈다. 돈이 없어 죽은 아들의 시체를 못가져온 노인의 지난 과거에 대한 아픔. 그런 만행을 저지른 주체는 누구였던가. 더 많은 것을 뺏기고 요만큼 얻어 오는 것에 만족하는 것. 만족하게 만드는 세상.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복지의 중요성을 떠들다가도 복지병을 이야기하면서 생산성없는 사람들을 쓸모없이 여겼다. 지나친 복지는 시장의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최근 의료수급권자들에 대한 '도덕적 해이' 발언도 마찬가지 아닌가. 복지는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아니라 국가 입맛에 안맞으면 언제든지 뺏길 수 있는 거다. 시혜적 차원의 것들은 늘 불안을 준다. 인간의 잠재성도 억누릴 뿐더러. (내 세금 내는데 복지혜택 준다고 하는 언어도 웃긴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표정이 불안하고 무기력해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자유는 시장에서 실현되는 것도 아니고 보호 안에서도 실현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흠..아무리 생각해도 난 소설 <남쪽으로 튀어> 의 아버지처럼 세금내기를 거부하고 남쪽 섬으로 가서 집 짓고 살거나  '시민 불복종' 의 소로우를 따르거나. 그런게 더 어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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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영화를 보며 인상 깊었던 것 하나 더. 한 노인이 젊었을 적 한 남자의 첩으로 들어 갔었는데 남편이 굉장히 부자였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사회주의 정권 등장으로 부자들의 재산을 모두 몰수해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당시 재산 뺏긴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자살했다고 말했다.  '평등'이라는 존엄한 가치를 내세운 것이 등장하면서 희생시킨 목숨들.. 전복은 위험하다. 특히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를 바로 갈아 엎어야 한다는 발상이나 방법은 정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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