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DANCE

영화가아니었다면 2008. 4. 15. 00:50


전장을 울리는 춤 (USA 2006 / 안드레아 닉스 파인, 션 파인)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


여전히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이 계속 되고 있는 북부 우간다. 이 전장 속에 위치한 피난촌엔 파톤고라는 초등학교가 있다. 이곳에는 조금씩 파동을 그리며 전장을 울릴 춤을 추는 학생들이 있다.

'아마 우리의 이야기가 믿기지 않을 겁니다. 들려 드리지 않으면 믿지 않겠죠.' 라는 어린 아이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영화.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전장 한가운데를 살아가는 아이들이다. 우리는 흔히 내전 지역 혹 아프리카의 모습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전쟁의 참상과 배고픔으로 고통스럽고 무기력한 표정의 사람들이 널브러진 풍경. 물론 그것도 진실이다. 하지만 또 다른 진실. 영화는 바로 희망을 찾는다. 그건 구호에 나서는 타국의 움직임이나 정부의 노력도 아닌 바로 그 곳, 전장인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발견한다. 가해자의 반성도 아닌 아무런 죄도 없는 피해자들의 노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부끄러움을 준다. 더욱이 그 피해자가 아이들일 때. 영화는 파톤고 초등학교 세 아이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음악대회를 준비하는 이야기로 구성됐다.
카메라는 세 아이의 고통스러운 기억 속으로 들어 간다. 반군에게 살해당한 부모, 형제, 그리고 소년병으로 끌려가 제 손으로 행한 살인의 기억. 아이들이 억눌린 기억을 말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고통을 음악과 이미지로 표현해 낸다. 그 아이들의 입장에서 최대한 카메라라는 언어로 서술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주체들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늘 타자화의 대상으로 서술됐던 약자들의 긍정적 힘을 보여주는 데서 의미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희망을 말한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고통에서 끝나지 않는다.
2005년 파톤고 초등학교는 처음으로 전국 음악 대회에 참여 하게 됐다. 아이들은 합창을 하면서 기악연주를 하면서 전통춤을 추면서 협동심을 배운다. 특히 아촐리 부족으로서 그들의 전통춤인 브왈라를 배우는 것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소속감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일이었다. 아이들은 말한다.
음악을 하면 '과거의 기억을 잊을 수 있어요' 음악은 아이들에게 치유제였다. 그 치유제인 음악은 이제 더 큰 희망이 된다. 한 아이가 말한다. '최고의 실로폰 연주가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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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당일 캄팔라로 떠나는 날, 일찍 일어난 아이들이 양치질을 하고 얼굴과 발뒤꿈치를 야무지게 씻는다. 분주히 악기들을 옮기고 차에 싣는다. 나름 비장한 풍경 속에서 무심코 흘리듯 지나가는 한 아이의 대사. '평화를 직접 보게 되니 설레요'
 
난 대회심사를 받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몸짓과 표정에서 드러나는 긴장을 함께 느끼며 그들을 바라보던 편향된 시각들을 조금씩 지워 나간다. 같은 국가 사람들에게도 살인자, 반군들이라는 오해로 아이들은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분명 꼴찌할거라는 편견 속에서 판톤고 초등학교 학생들은 전통춤 부문에서 당당히 상을 탄다. 그 상은 단순히 '이겼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 나아가 아촐리 부족으로서의 자랑스러움을 안겨 주었다. 또 영화를 본 관객들의 찬사는 그들에게 더 많은 힘을 보탤 것이다.  

그들의 노래소리, 악기연주, 춤이 조금씩 파동을 그려 나간다. 전장을 울린다. 더 이상 무기를 들 수 없을 정도로.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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