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은 정말 중요하다.
대학내일을 보다 그런 생각이 더더욱 들었다.
어떤 논리에서도 먹히는 '진정성'이라는 말이 굳이 써본다. 기사가 중심이 돼야 할 잡지에서 '기사'의 진정성이 안느껴진다고.
대학내일은 대학 내에서는 가장 인지도 있는 주간지다. '인지도'만큼 '영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여하튼 대학생들이 가장 널리 보는 잡지인거지.
지난 해부터 광고가 하나 둘 많아진다 싶더니 올해 복학하곤 처음 만난 대학내일은 광고가 먼저인지 기사가 먼저인기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대학내일에서 반가운 기사들을(!) 종종 만나는 지라 기어코 광고 사이를 헤집어서 기사를 찾아 읽곤 했다.

그런데 이번 주에 만난 대학내일에겐 좀 화가 났다.  학생논단이나 특히 고미숙씨 인터뷰는 참 반가웠다. 얘기거리가 될 만한 글들을 실었달까. 특히 인터뷰 내용은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영토의 근간을 의심해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개인적으로 반가운 글들을 많이 만나서인지도 모르겠다. 광고의 욕망에 종속되는 현실을 비판하는 글들을 광고가 과도하게 난무하는 잡지에 싣는 건 대체 기사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게 한다. 학생논단은 본지와 다르므로 어쩔 수 없다 쳐도 그러려니 넘어 가고 고미숙씨 인터뷰를 보곤 '요즘은 성형수술로 온 몸을 절차탁마 하더군요. 그리고 주식으로 돈 불리는 방법 같은 실무 기술에서부터 부하를 잘 다스리는 방법 등 정신적인 것까지 다 배우고. 그렇게 해서 결국 얻는 건 중산층의 알량함뿐' '욕망의 배치를 바꾸어야 한다!' 라는 내용을 보고 끄덕끄덕 자극을 많이 받았는데 몇 페이지를 넘기자 마자 늘씬한 연예들이 떼로 나와 과소비와 절차탁마를 강요하고 취업의 압박을 주는 정보로 도배되는 모순되는 상황이란. 좋은 글은 글대로 보고 광고 무시하기엔 대학 내에 독주하는 잡지로서 너무 무책임해 보인다.

이경순, 최하동하 감독의 '애국자 게임'을 보면 말이다. 당대비평에 글을 쓰는 임지헌 교수가 조선일보에 체게바라 관련 글을 기고한 것을 보고 감독이 임교수를 찾아가선 묻는다.
'교수님이 쓰신 체게바라의 글로써 전유했다고 표현하셨잖아요. 독자들을 전유했다면
그런 사람들을 정작 '글을 쓴 필자'가 자신의 논리를 가지고 그 사람을 전유한 것인가 그 글을 '실어주는 조선일보'가 그 모두를 다 전유한 것이 아닌가' 라고.
임교수는 조선일보에 게바라 글을 쓰는 것이 유의미하다고 한다.
그러자 감독은
'이런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체게바라라는 어떤 그 약을 주는데 그 약의 뒷면에는 박정희의 얼굴이 있다면. 그런 식으로 조선일보가 이렇게 커졌던 하나의 물리적인 역할들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그 독을 이제 끊어줘야 되지 않는가 .'라고.

대학내일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극단적인 예이긴 하다. 하지만 그만큼 무엇을 담는 형식은 정말 중요하다는 거다. 공적인 글쓰기를 담는 틀은 더욱 중요하다는 걸.

글이라는 게 소비하고 마는 것이 아니고 특히 기사라면 말이다. 더욱이 독자를 상대로 한 힘 겨루기잖아. 기사를 전달하고 싶은 걸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거고 소통하고 싶은 거고. 그런데 대학내일은 너무 심하다 싶다. 매끈한 기사 위에 버젓이 광고가 박혀 있는 거나 도저히 기사에 집중할 수 없게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나오는 광고들. 잡지를 집어들자마자 눈에 띄는 책갈피를 위장한 광고까지. 이제 절제가 필요한 게 아닌가.  이건 니들은 기사 써라 방목시키고 자본을 끌어 들일 수 있는 틀에다가 학생들이 쓴 기사를 끼워넣기 식밖에 안되는 거다. 취업과 인턴정보만이 유효한 잡지를 자기부정하고 넘어 섰으면 좋겠다.


이렇게 비판할 수 있는 건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갑자기 무력해지는 것이 대학내일 어디를 뒤져보아도 표방하려고 하는 게 없다는 거다. 그저 '내일신문'의 자매지라는 설명과 내일신문에 대한 친절한 설명들 뿐.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광고 많이 담으려고 만든 거야 라고 말해버리면 할 말 없는 거다.

좋은 글들을 발견할수록 그리고 모순되는 형식의 배치를 발견할수록 더욱이 이 잡지가 대학생들에게 가장 널리 익힌다는 사실을 생각할수록 한 없이 안타까워지는 일이다. 대학내일이 내일신문을 먹여 살린다는 농담섞인 말을 들으면 왜 대학생을 상대로 이런 장사를 하나 싶다. 굳이 대학생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니더라도 좀 자제하시고 결벽증을 보였으면 좋겠다.

담론의 부재 운운하는 대학 내에서 가장 인지도 있는 잡지가 최소한의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