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스폰, 퀴어의 아이들(감독/ 안나 볼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동성애 결혼 문제로 논쟁이 붙으면 꼭 나오는 말이다. ' 아이들을 생각해라. 퀴어 부모 사이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올바른 분위기에서 성장할 수 있을까.' 더 이상 논의가 되지 못하게 마무리 지어 버리는 이야기곤 했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다들 당사자를 입을 통해 들어보지도 못했잖아. 그래서 안나 볼루다 감독은 퀴어 가정에서 성장하는 10대들과 카메라로 마주했다. 

영화는 그들이 퀴어 가정으로서 살아가는 고통을 카메라 프레임 밖으로 숨기거나 과장하여 즐거움을 연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화를 통해 느낀 퀴어 가정 아이들이라서 다른 점은? 감독의 말대로 그들은 누구보다 '관대’하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받는 상처는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고통들 중 하나일 뿐 아이의 인생을 망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은 그걸 받아들이고 ‘자신의 모습은 자신이 선택하는 거예요’ 라고 생각할 줄 안다.

인상적인 건 학교에서 수군거림을 이겨내야 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학교에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아이도 있다는 거다. 그건 그 아이가 다니는 학교엔 동성애자 부모를 둔 아이에 대한 편견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는 오히려 특별한 자신의 가족을 자랑스러워 한다.

이 지점에서 사람들(퀴어가정에 대해 우려가 컸던 관객) 은 퀴어 가정 아이들에 대한 호기심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각자의 생각은 차별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을 구성하는데 내가 가담하진 않았을까 하는 불안함으로 나아갈 것이다. 퀴어 부모 사이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 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그렇게 좌표를 이동해나가는 것. 퀴어 가정을 문제 삼는 것에서 뒷걸음질 쳐 퀴어 가정이 행복할 수 있기를 고민하기. 그건 더불어 사는 서로에 대한 예의. 

사실 ‘정상 가족’이라는 틀에서 아이들은 더 고통스러운 환경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러니까 배워온 대로 형식을 갖춰 가족을 구성하는 것이 행복의 필요조건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자신이 모습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결정권과 ‘차이’ 조차 인식하지 않을 수 있는 넓은 눈을 가지게됐을 때 나도 너도 아이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다.  


조금은 딴 얘기.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열려 가고 있다고들 한다. 가족의 재구성에 대한 담론은 언제적부터 계속 제기되는 문제인거고. '정상가족이데올로기' '이성애가족규범'이라는 말은 이미 수많은 언어 속에서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항상 나와 관계되지 않을 때만 유효하다. 특히 성, 젠더의 문제는. 예컨대 동성애에 대해 사람들의 거부감이 많이 사라져가지만 정작 '당신 가족 중에 동성애자가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라는 질문으로 옮겨 가버리면 동성애에 대한 생각은 마치 다른 사람의 대답이었던 듯하다. 다른 질문이 되어 버리는 거다.  하지만 퀴어들이 진짜 상처받는 대상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거다.
그만큼 아는 거랑 변하는 거랑은 다른 거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