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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동하 감독은 택시운전사가 벌써 15번째 직업이라고 한다. 영화를 찍기 위해 늘 돈이 되는 직업과 병행해 왔던 그, 이번엔 어떻게 택시운전사라는 직업을 택하게 됐을까.

2003년에 또다시 일자리를 알아봐야 될 시간이 왔었어요. 고민을 하던 중에 주위에 택시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는 사람을 듣게 됐죠. 택시기사는 이직률이 굉장히 높거든요. 열 명중 한 두명만 두세 달 이상가고 결국 택시기사가 됩니다. 그래서 항상 기사 모집한다고 택시회사밖에 현수막이 붙어 있어요. 전 굉장히 천진난만한 접근으로 ,자격증을 한번 따놓으면 돈이 궁할 때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물론 다시 돌아가진 않을 겁니다. (웃음)


택시기사를 하면서 촬영을 했다면 정말 많은 분량을 찍었을텐데, 편집하면서 힘드셨을 것 같아요.

한 시간짜리 테잎을 200개 정도를 찍었어요, 솔직히많이 찍은 건 아닌데, 욕심껏 찍었으면 400개 정도 됐을 거예요. 하지만 항상 카메라를 설치할 수 없었고 3일 중 하루만 설치했어요. 그런데 꼭 카메라를 설치 못한 날에는 기가 막히는 손님이 타서 마음이 아팠어요.

취사선택했던 기준은 승객들 입으로 승객들 모습 자체로 서울을 대변할 수 있는 장면, 또  내가 느꼈던 서울을 그대로 옮겨 줄 수 있는 장면이 무엇인가를 많이 생각했죠. 또 그 장면들 중에서도 좀 세게 보이는 장면이 선택됐어요. 날 것의 느낌이 나는 적나라한 장면들이랄까..  포스터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그런 모습들이 제겐 되게 인간적인 모습으로 보였어요.


서울을 날 것으로 드러내고 싶다고 하셨는데, 전 그걸 표현하는 형식이 되게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다큐로 알고 갔는데도 정작 영화를 보면서는 진짜 다큐인가 아닌가 생각하느라 좀 혼란스러웠거든요. 미리 형식을 다 짜놓고 하신건가요.

 

꽉 짜여진 건 아니고요. 처음엔 한 3장 정도를 짰어요. 후에 펀드를 위해서는 그보다 길게 10장 넘게 시나리오를 썼지만요. 그 정도 안을 가지고 여러 가지를 치긴 했지만,  처음 컨셉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진 않아요. 제가 많이 들어가고 안가고의 차이는 분량의 차이는 있어도 처음과 끝은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거랑 비슷하게 나왔어요. 기본적인 생각만 갖고 나머지 벌어진 일들은 어떠한 다양한 소스들이 나한테 올지 모르니까, 열어 놓고 있으면 훨씬 더 영화가 풍성해지고 영화를 찍는 재미도 나요. 저는 영화 작업할 때 그렇게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그 작업이 저한테 맞아요.


보통은 장르를 생각하잖아요.

그러면 그 장르대로 만들어야 되잖아요. 장르영화를 제대로 해본적도 없지만 별로 하고 싶지도 않아요. 또 제가 하고 싶은 주제가 있어서 형식을 고민하다보면, 그게 또 결국은 그냥 독자적인 나만의 형식으로 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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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를 봤을 땐 영화가 굉장히 희망적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본 영화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저도 충격이었어요,  지옥의 묵시록처럼 포스터가 나올 거라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아마 택시 블루스를 너무 있는 그대로 드러내놓으면 관객들을 아예 극장엘 못오게 하지 않을까요? (웃음)
그런데 또 많이 고민을 해보니까 이 영화도 되게 따뜻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슬픈 도시 얘기를 했기 때문에 말이죠.


영화 찍으면서 희망을 의도하신 면은 없었나요. 리얼리즘이란게 삶의 진실을 보면서 오히려 살아 갈 희망을 얻도록 하잖아요.

사람들은 항상 희망을 얘기하려고 해요. 어떤 작품에 희망이라는 문구가 없으면 어떻게든지 그런게 있지 않을까 찾으려하고 작가에게 강요하고.
희망이라고 하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매일 약속시간에 늦는 친구가 있어요, 습관적으로 계속 같은 걸 반복하는 친구. 자기는 괴로워해요. 근데 그게 바뀌지가 않아, 희한하게도. 근데 스스로는 바뀔거라 생각하죠. 그리고 자기는 그게 그렇게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내일은 난 지각을 안할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 분명히 내일도 지각을 하거든요. 평생 그러는거 같아요. 평생 아침마다 희망적으로 일어나길 바라는.. 그래서 자살하지 않고, 서울에서 하루에 딱 한명만 한강에서 투신을 하는 정도로만 자살율이 유지되겠죠. 희망이라는 강박관념 때문에 그게 가능한 것 같아요.

저는 작품 속에서 희망을 안보여주고 싶었어요 식상하니까. 또 사람들이 희망에 대해서 강요하니까. 차라리 희망이란 걸 쏙 빼고 얘기를 하면 좋지 않을까 했어요.
택시블루스에서는 그걸 제대로 해볼까 했는데, 근데 또 결국에 희망적이 된 것 같아요.
찍고 보니 마지막의 강아지 시선이  희망적이지 않은가 싶더라고요.
어쨌든 그래도 전 희망 희망 하는게 식상해서 의도적으로 그런 걸 피해 다니려고 하는 입장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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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내내 궁금했는데, 나레이션으로 나오잖아요. 택시운전하실 때 왜 마늘을 안드세요.

전 택시운전하면서 마늘이 상징적으로 느껴졌어요.
외국인친구한테 그런 얘길 들었거든요, 한국 특유의 냄새가 있다고. 그 한국 냄새의 대부분이 마늘냄새가 섞인거거든요. 그 냄새가 그렇게 심할거라는 걸 택시하기 전엔 몰랐어요. 굉장히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랑 같이 있잖아요. 밤에는 특히 사람들이 뭘 먹고 타는데 그 음식의 대부분 마늘이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계속 그 냄새에 대한 시달림이 상당했어요. 그래서 기사식당 가면 생마늘이 꼭 나오는데, 그게 맛있다는 걸 알면서도 못먹겠는거예요.


마늘의 그 약간 알싸하지만 계속 고통스럽게 오는 자극이, 택시 안에서도 그렇고 서울 안에서 살아가는 그 사람들의 느낌이 아닐까... 그래서 내가 마늘을 안 먹는 실제 이 상황과 영화 속에서 마늘 안먹는 장면이 좀 적절한 비유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첫 콘티에 넣고 마늘냄새 오바이트냄새 톱밥냄새 이렇게 다시 언급하고. 그 냄새를 영화 속에서 맡아줬으면 했어요.
근데 톱밥냄새 같은거도 내가 다 맡은 거예요, 왜 이사람한테는 톱밥냄새가 날까 하고 생각했어요.(웃음)


마지막에 죽은 고양이를 회전앵글로 촬영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시내를 운전하다보면, 굉장히 많은 죽은 동물들을 보게 돼요.
그게 남의 모습 같지 않았어요. 애매하게 죽는 거잖아요 길 지나가다가. 사람이 사람을 칠 수도 있는데 그것도 특별히 인과관계가 있어서기보다도 애매하게 벌어지는 것 같아요.
다들 좀 애매하게 죽어가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애매하게 고통을 주는.. 그런 게 서울의 척박함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지막 부분에 죽은 고양이를 보고 차를 타면서 빙빙 돌다가 제가 사라지게 되는데,
그걸 처음 갖고 와서 스텝에게 보여줬을 때 그 도는 게 마치 고양이를 제례를 지낸다고 하나 사리를 태울 때 중들이 빙빙빙 돌면서 하는 것처럼 그런 느낌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그 느낌이 괜찮다고. 그걸 생각했던 건 아닌데 고양이에 대한 애착이 그렇게 나오지 않았을까 해요.



감독님이 문득 물었다. ‘고양이 치어보셨어요?’

제가 실제로 고양이를 쳐봤고 칠 때의 그 느낌을 오래 갖고 있는데, 또 치이고도 쉽게 죽지 않는 고양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 고양이를 타 넘는 느낌이 굉장히 물컹하고 섬짓해요. 작은 생물체지만 그 고양이를 타고 넘는 느낌이 너무 강해요.
또 그게 만약 잘못된 길을 가다가 고양이를 친 거라면, 돌아 나오면서 그 고양이를 또 봐야된다면, 그 기억은 더 오래 가더라고요. 실제로 그랬거든요, 잘못된 길이라서 돌아 나오는데
그 고양이가 아직도 살아 있는데 어떻게 치워 줄수도 없고 다시 밟아서 고통을 끊어 줄 수도 없고 그냥 도망치듯이 나왔어요.


택시 운전을 하면서 승객들의 고통과 눈물을 많이 봤어요. 특히 뒷자리에서 우는 여자들 상당히 많거든요. 안울어 보셨어요?  전 아주 승객의 극단적인 슬픔, 분노를 목격해도 그냥 그렇게 도망치는 입장인 거예요. 고양이를 피해서 도망치듯이 그런 느낌..전 그런 택시 기사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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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감독님이시잖아요. 우리 나라에서 독립영화라는게 관객과 소통이 많기가 힘듭니다. 관객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기대를 많이 하시는지.

송환이 인기가 좋았죠,그게 3만이었고. 우리학교가 9만,우리 독립영화 중에서는 최고기록이죠.
재밌는 일화가 있는데 인디스토리 대표랑 술을 마시다가 그 분이 갑자기 고등어회를 진짜 잘하는 집을 안다면서 고등어회쏘기 내기를 하자는 거예요. 관객수 가장 가깝게 하는 사람이 이긴다고. 그러면서 자기는 먼저 얘기를 못한데요 감독들이 상처받으니까.
그래서 제가 좀 세게 3500명 얘기했거든요 그러니까 대표가 그러니 내가 그러니까 얘길 못한다면서 750명 얘기했어요, (웃음)
그 얘기를 들을 때 딱 현실감각이 돌아왔어요. 아 그랬었지 내가 잠시 착각했구나. 개봉이라고 해봤자 맞아 이게 독립영화로 광고가 되는 거지 또 단관이고, 마케팅한다고 하지만 힘이 약하고..

지금 독립영화에 대해서 물어보신거잖아요
750명, 그게 독립영화예요.



독립영화는 낯설다,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택시블루스 같은 경우도 낯설 수도 있을 거예요. 막상 보면 불편할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내용으로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형식을 위해 고민을 하시나요.

사실, 택시 블루스도 되게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형식이고, 낯선 방식은 아니예요. 최근까지도 유명한 대감독들도 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고정패턴으로만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려고 해왔고 소비하다보니까 내겐 식상하고 재시도하는것 밖에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거를 마치 어디서 뚝떨어진 낯선 것처럼 생각하죠.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서 내 영화를 볼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은 대충은 알죠. 그런데도 그렇게 만들지 않는 건 제가 투표를 안하는거와 마찬가지예요, 제가 소신을 갖고 투표를 안하는 이유는 다수결이라는 투표나, 상대를 설득해서 스텝바이스텝하는 역사를 통해서는 차선책으로 가서는 제가 원하는 세상이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믿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다른 방법으로 제가 원하는 세상을 혼자서 구연해 나가면서 사는 방법을 택한거고요.

영화도 사람들은 이렇게 만들면 좋아하겠다 저렇게 얘길 하면 좋아하겠다는걸 대충 알긴 하지만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은 건, 그렇게 안전하게 사람들의 희망을 모시면 그것 역시 내가 원하는 세상이나 영화에 종국적으로 이르지 못한다는 거죠.

관객들이 아무리 내 영화를 많이 봐줘도, 750명만 봐주는 영화를 만들어도 나는 그게 내가 원하는 세상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내 안에서 자극적으로 익숙한 형식들을 피해가는 거예요.
저는 형식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형식이 바뀌지 않으면 그 내용가지고는 아무런 뭔가 바꿀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거죠. 그게 영화를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영화의 형식부터 바꿔야 된다고 생각해요.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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