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에 들어 왔다. 너무나도 긴 하루. 이 긴 하루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집회에 나가지 않아도 괴롭고 나가도 괴로운 날들이었다. 아직까지 집회에 나가도 담담하지 않은 건다행인건가 불행인건가.

전 국민들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아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물대포를 몇 시간째 맞고 있는 때에 YTN은 경찰이 첫 물대포를 쏘았다고 했다. 정부가 방송을 통제했다는 소식을 새벽에 들었다.

총도 없고 최루탄도 없으니 물대포는 마구 쏘아도 된다고 생각하나 보다. 밤새도록 물대포를 쏘았고 가장 공기가 차가울 새벽 5시부터는 1분 간격으로 물대포를 쏘아대서 실신하는 사람들이 늘어 갔다. 비틀거리는 학생의 손이 백지장처럼 하얬다. 수건을 얻어 젖은 머리를 털어주자 목을 가누지도 못하고 픽픽 꺾였다. 우리 왜 여기 이러고 있나 눈물이 났다.  
경찰들은 방패로 땅을 찍으며 대열을 몰아 부쳐 인사동까지 갔다. 물대포를 맞고 간간이 연행을 당하며 계속 밀렸다. 하루가 지났고 어느덧 아침 8시였다.
대치하던 경찰과 시민. 경찰은 여러분에게 40분이라는 시간을 주었는데도 약속을 어겼다는 오만한 방송이후 점차 한발자국씩 다가왔고 시민들은 열을 지어 서서히 뒤로 물러 났다. 순간 경찰은 시민들을 향해 달렸고 시민들은 놀라 도망가면서 거리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
뛰지 말라고 소리쳤다. 우리들은 폭행하면서 연행해 가는 경찰을 부여잡고 때리지 말라고 미란다 원칙 지키라 했다. 하지만 인도에서조차 사람들을 연행해 가는 불법적인 경찰들에 속수무책이었다.
이런 상황을 처음 겪곤 놀라 흐느끼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겪은 상황이랑 연락처를 적어 달래자 온 몸을 파르르 떨며 말도 못했다. 정장을 입은 남자는 한 손에 구두를 한 손에 운동화를 들고선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울부짖고 있었다. 손에서 피가 묻어 나왔다. 진정하시라고 숨 한번 쉬시라고 하자 남자는 그제서야 눈물을 펑펑 쏟아 내기 시작했다.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폭력으로 겁을 주겠다는 건가. 당신들이야말로 정말 법이 무섭지 않은가. 왜 정부는 우리를 무서워하지 않고 우리는 2008년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 서울 한 복판의 거리에서 두려움과 분노에 떨고 있는가. 짧은 순간, 이러한 경험이 공포로 이어지고 상처가 되는 순간 패배주의를 더욱 내면화하며 침묵으로 귀결될 대한민국의 풍경을 상상해 버렸다.

잔인하리만치 따뜻한 일요일 아침 햇살의 풍경은 그랬다. 모든 폭력이 아침 햇살에 선명히 드러났다. 이미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진 경찰은 방어하는 시민들을 방패로 찍고 군화발로 밟아선 끌고 갔다. 경찰들의 등 뒤에서 나는 들었다. '잘하고 있다' 며 '밀어부치라'는 말들. '대항하면 다 잡으라'는 공무원이라는 자의 끔찍하리만치 불법적인 발언도 있었다.
전함 포텐킨의 한 장면과도 같은 폭풍우가 지나고도 경찰들은 그 일대를 누비며 간간이 사람을 패서 끌고 갔다. 표적연행도 있었다는 진술을 받았다. 경찰청장 정말 끔찍하다. 대추리에서의 만행을 더넓은 서울 한복판에서 손가락 하나로 실험하고 있다.
분명 시민들은 맨 손을 들어 보였다. 물통을 던지면 그 물통을 경찰들이 다시 던질 걸 알기에 서로에게 던지지 말라고 소리 쳤다.

싸우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일 미래는 생각조차 하기 싫다. 집회의 문제점이고 뭐고 더욱 더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려는 분석과 해석은 수도 없이 할 수 있다. 하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는 건 없다. 최선책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의 좌표의 이동이 있어야 가능하단 걸 느낀다. 목표지점이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최선책을 운운하고 있는 것보다 더 무책임한 것은 없다. 적어도 '책임'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사유하려고 하는 사람들에 한해서는 말이다. 난 내가 눈으로 본 것만 믿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까 더욱 더 부대낄 수밖에 없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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