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
삐뚤삐뚤한 글씨를 보며
아 진실해보여 하며 혼자 뿌듯해하는데
버스가 갑자기 느리게 간다 
한 아저씨가
'시위하다 본데 이 버스 어떻게 가나요?'

기사 아저씬
'모르겠네요 어디로든 둘러 가면 되겠지요'
농담하듯 버스보다 더 느릿느릿한 말투

그 와중 난
아 이런 이백원 아껴보고자
미리 버스카드를 찍었는데
아 환승해야 되는데 물릴 수도 없고 징징


자포하고 자책하고
버스 좌석 더욱 깊숙이 눌러 앉는다
후아 친구 생일 선물로 줄 시집을 꺼내 뒷표지를 읽는다

언제부터인가 내 삶이 엉터리라는 것뿐만 아니라
너의 삶이 엉터리라는 것도 나를 고통스럽게 한다
너라도 이 경계를 넘어 가주었으면

그래서 적어도 도달해야 할 무엇이 있다는
혹은 누군가 거기에 도달할 수 있다는,
그 어떤 존재증명과 같은 것이 이루어지길...
사람들은 왜 내겐 들을 수 있는 귀만을
허락했냐고 신에게 한바탕 퍼붓는 살리에르의 한탄과 비애를 전하지만,
사실 얼마나 배부른 소린가? 모차르트와 동시대인이라는거, 그거 축복 아닐까?
돌이 아니라, 쏟아지는 별들에 맞아 죽을 수 있는 행복, 그건 그냥 전설일 뿐인가?
친구, 정말 끝까지 가보자. 우리가 비록 서로를 의심하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도록 증오할지라도.(진은영)



돌이 아니라, 쏟아지는 별들에 맞아 죽을 수 있는 행복이라..

네 명이 지내는 복닥복닥한 기숙사 방에서 같이 이층침대를 쓴 룸메가 있었다.
시각디자인과 였던 룸메는 등을 마주하고 책상에 앉아 있을 때면 종종
언니 이거 봐요
여러 가지 글과 영상들을 내게 소개했고 그럴때마다 난 고개를 뒤로 꺾어 룸메가 보여주는 글과 영상들에 탐복했다.
넌 왜 공부안하고 맨날 이런 거만 봐
전 이렇게 딴짓하는게 다 전공 공부예요
룸메가 만든 인디언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흥겹고 따뜻해서 참 좋았던,

우린 주말이면 일주일치 뉴스를 틀어놓고 아침밥을 먹으며 사회문제에 대해 얘기했고
난 가끔 룸메 컴퓨터의 영화와 동화책들을 읽느라 밤을 새었다
룸메의 취미는 동화책 수집
난 사회과학 서적이나 소설책들을 간간이 빌려 주었다
우린 각자의 위치에서 세상 일에 예민했고 삶의 관습에 염증을 느껴했다
그만큼 입안에 밥알 튀겨가며 시시콜콜하고 엉뚱한 얘기들을 많이 했다

언젠가 본 책 트뤼포에 나온 구절처럼,
미래를 예측하거나 야심 찬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책을 읽고 작은 발견을 해가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날들.

한창 더운 여름날 밤이었다 구멍가게에서 팥빙수와 우유를 사선 법학관 건물 테라스로 갔다
그 곳은 너머 산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산에서 불어온 바람이 한 가득 고여 있어 아주 시원했다
그곳에 앉아 팥빙수를 먹으며 산과 우리 사이에 놓인 밤하늘의 허공을 바라보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룸메가 말했다

'언니 밤 하늘에 코끼리랑 기린이랑 물고기 모양의 별들이 빛났으면 좋겠어요. 그거 바라보면 우리 마음도 좋아질텐데.'

그 말이 아주 진지해서 난 웃지도 않고'
'응 정말'

우린 남은 자잘한 얼음을 나눠 입에 털어넣곤 말없이 부셔 먹었다

오랫동안 유학을 갈 것 같다 한 것 같은데 여전히 어딘가 밤하늘 허공에 머리를 박고 있을 것 같은 사람. 잘 지내니

"넌 그림을 잘 그리니까 하늘에 코끼리 밑그림을 그려줘
 힘이 센 나는 하늘로 올라가 별을 박을게"

문득 지난 날 생각나게 해준 많은 것들에 고마와하며
그렇게 너에게나에게우리에게 응원 또 응원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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