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피곤한데
깊은 밤이어서
집 앞 골목이어서
무뚝뚝이 걸어도 되는 혼자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죽을 것같이 피곤하다고
피곤하다고
걸음걸음,중얼거리다
등줄기를 한껏 펴고 다리를 쭉 뻗었다
이렇게 피곤한 채 죽으면
영원히 피곤할 것만 같아서
그것이 문득 두려워서

죽고 싶도록 슬프다는 친구여
죽을 것같이 슬퍼하는 친구여
지금 해줄 얘기는 이뿐이다
내가 켜 든 이 옹색한 전지 불빛에
生은, 명료해지는 대신
윤기를 잃을까 또 두렵다.



묵지룩히 비가 올 듯한 아침 버스정류장 옆 가로수에 등을 비비며
넌 왜 여기까지 왔니
펴든 황인숙 시인의 시집에서
이렇게 피곤한 채 죽으면 영원히 피곤할 것만 같아서
이렇게 자꾸 피곤해지면 비판적 이성이 흐려질 것 같아서
짜증내지 말자
짜증내지 말아
괜히 애꿎은 가로수에 부비적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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