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주머니에서 손을 내어 놓아도 뻘겋게 팅팅 붓던, 그렇게 춥던 작년 겨울 어느 날
친구랑 팔짱 꽁꽁 끼고선 서울역 근처 동자동 쪽방엘 취재간 날.
거기서 만난 두 할아버지.
한 할아버지와는 작은 방에 셋이 앉아 함께 홍시를 까먹으며 생활은 어떠신지 이런저런 얘길 나누었다
날이 추운데 난방도 잘 되지 않아 보였는데 그 할아버진 연신 괜찮다 괜찮다..
오래 사용하지 않아 낡은 워크맨을 꺼내선 작동법을 알려 달라시던 할아버지,
전지를 끼우고 트로트 테이프를 넣어 드리니 밤에 심심하지 않겠다며 참 좋아하셨다.
그리고 또 한 할아버지
간경화가 심해 많은 약을 먹어야 하는데 그땐 수급자도 아니셔서 생계가 많이 걱정이라 하셨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고통없이 편히 죽는 것, 이라며 연신 무관심한 얼굴로 딴 데보며 툭툭 내뱉으시던 대답들.
그 할아버지를 어제 다시 만났다.
건강권권리학교를 하러 동자동 사랑방엘 갔는데 동자동 쪽방에 사시는 분들이 몇몇 오셨다.
그분들 중 한켠에 앉아 계시던 분이 낯이 익어 오래 흘끔흘끔 바라보며 고민했는데,
글쎄 그 할아버지셨다.
빨리 알아보지못했던 건 할아버지 얼굴이 많이 검어지셨기 때문이었다
그 동안 건강이 많이 안좋아지셨나보다
대신 교육하는 동안 예전엔 못보았던 웃는 얼굴은 어젠 보았다.
이제 수급자가 되어 그나마는 의료비 걱정은 덜 하시나본데 여전히 어려움은 많으신가보다.
건강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라는 질문에 공기가 좋은 방이라고 적으신다.
쪽방엔 창문이 없다. 할 수만 있다면 남으로 창을 내어 드릴 텐데,
하루 남은 건강권학교에서도 만나 답답했던 거 많이 얘기 나누고 유용한 것들 많이 알아가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 또 우연히 웃음만큼 하얀 얼굴로 다시 만나뵈었으면 좋겠다.
_ 건강권권리학교 둘째 날, 누가 가장 보고싶냐는 질문에 할아버지는 30대에 너무너무 좋아했던
애인이 보고 싶다 하셨다. 너무 많이 외롭진 않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