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브레히트가 그의 연극을 서사극이라고 명명한 줄거리의 중단은 끊임없이 관객들 사이에서의
환영의 효과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그러한 환영은 현실의 요소들을 실험적 배치라는 의미에서
처리하고자 하는 연극에는 방해가 된다.
그러나 상황이 제시되는 것은 이러한 실험적 배치의 서두가 아니라 그 마지막에서이다.
물론 이때의 상황은 이런 저런 모습을 하고 있는 우리들의 상황이다.
이들 상황은 관객에게 가까이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멀리 떨어져 제시되게끔 되어 있다.
관객은 이들 상황을 자연주의 연극에서처럼 실제의 상황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때 관객은 그러한
실제의 상황을 자연주의 연극에서 처럼 만족감을 가지고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놀라움을 가지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서사극은 그러니까 상황을 다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황을
발견한다고 할 수 있다. 상황의 발견은 줄거리 진행과정의 중단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경우의 중단은 자극과 흥미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중단은 사건진행 과정을 정지상태에 이르게 하고, 또 이를 통해 청중에게는 사건진행에 대해서, 배우에게는 그의 역할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하도록 강요한다.
2. 서사극이 겨냥하는 바는 관중을 감정으로서-그것이 비록 선동적 감정이라고 하더라도-채우려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통하여 지속적인 방식으로 관중을 그가 살고 있는 상황으로부터 소외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부연해서 말하자면 사고를 하도록 유도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웃음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사고를 하도록 하는 데는 영혼의 진동보다는 횡경막의 진동이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벤야민, 생산자로서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