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일이 그렇게도 서럽기만 서럽던 것이다. 천 년 전에 죽어 촉루로나 구르고 있는 듯한,
그런 해골 속을 산다는 일은 아프던 것이다.
외롭던 것이다.
무섭고 슬프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땅을 치며, 하늘을 우르르며, 몇 기억나지도 않는 다정한 얼굴들을 부르며,
처럽시 처럽시 울었더니, 그 울음의 꼬리로, 푸른 달빛인지, 잠인지가 반쯤 풀려 나와,
나를 달래고 든다.
글쎄 언덕 그늘인지, 밤인지, 아니면 잠든 나무들의 손가락에 옷고름이나 묶어 놓고 살며시
마슬 떠난 어떤 수풀 구늘인지 달빛인지, 글쎼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 나를 포근히 감싸고 드는데,
그러자 내가, 그냥 한 소년, 철은 없었으나 늘 흥그런히 눈물만 담고 살던 때로 되돌려진 듯이
느껴진다. 어쩌면 한번 떠나서는 몸으로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던 그 바다가,
죽은 넋으로라도 못 잊어 찾아와, 그녀의 혼처를 헤매는 한 고혼을 감싸주었을지도 모른다.
죽음의 한 연구 중, 박상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