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내 몸은 보리수인 채,
살아 너무도 무겁게 잎 피우고 있는 듯하며,
마음은 거울인 채,
먼지며 티끌이 덮여,
심지어 내 얼굴까지도 비춰 볼 수 없이 된 듯만 싶다.

 
나는 그 때, 그 쌓인 먼지 같은 빛 가운데 내가 눈을 뜨고 누워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바다의 무게처럼, 그러면 갑자기 빛의 무게가 느껴지며,
내가 글쎄 한 마리의 죽은 물고기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 죽어서 물 밑에 깔여 있으면서,
닫힌 듯한 둔한 눈을 하고 하늘을 쳐다보는 고기들은 얼마든지 많았었다.
죽은 지가 얼마 안 된 것들은, 배를 하늘로 향하고, 둥둥 떠 흘러 다니기를 오래오래 계속한다.
그러다 비늘을 잃고 밀려서 해변으로 와서는, 모래톱에 던져졌다간,
어떻게 모래톱에 묻혀 든다.
햇볕 아래서 추워하며, 둔하게 번쩍이다,
모래톱의 습기 때문에 썩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수가 돌아오며, 그 모래톱을 적시기 시작하고, 흔들어 덮기 시작하면
죽은 고기는 다시 떠오른다.
그때는 햇볕에 데워졌던 부분을 드러내 옆으로 누워 있는다.
만약에 물새나 송사리들이 그 몸을 파먹지만 않는다면 그런 부표와 그런 침몰이 반복되는 사이,
저 고기의 몸은 솜처럼 피어나고, 그때에 이르면 젖은 몸이 무거워 물 밑으로 가라 앉는다.
水死 가 완벽히 이뤄져 버린 것이다.
나는 이제는 허전함을 느낀다. 주위가 휑뎅그렁하고, 아무리 더워도 혼이 춥기 시작한다.
잠 못드는 아이에겐 이제 마녀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살을 갉아 먹으려고 소글소글 웃는 물자락이며, 물새의 뾰족한 손톱으로 내 배를 긁어 구멍을 내서는, 저 수백년 자락지며 모아 놓았던 여울,
저 수백 년 노래하며 못다 부른 곡조,
수백년 출렁이며 아직 못다한 한, 그래서 엉긴,
조수의 앙금맑음 한 것을 집어 넣는다.
그런 밤으로 나는, 수정돌을 뱃속에 처넣고, 자꾸 무거워 가라앉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 녘에 다시 잠들어 있고, 뱃속에 넣은 조수의 앙금이 거품이 되어
끼욱끼욱 울며 날아가는 꿈을 꾼다.
밤중에 꺠어서 부른 노래는,
그런 끼욱거림 같은 것이었다.


                                                                                               박상륭, 죽음의 한 연구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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