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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08. 7. 16. 23:28

 

#문득 고모부가 내게 물었다.
'니가 가지고 있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뭐냐'

'아프시던 할아버진 항상 시골집 작은 방에만 계셨어요. 오르막길을 냅다 올라가 마당에서
할아버지! 라고 부르면 초가집문을 빼꼼히 여셨어요.
할아버진 맨날 공부열심히 하라고 엄청 잔소리가 심하셨어요, 실컷 잔소리하시다간 연신 기침을 하시며 은단을 드시던 모습. 그리고 아직 기억나는 조금만 통의 그 흰가루, 콩알만한 숟가락으로 그걸 퍼드셨는데, 그게 뭔가 신기해선 할배 나도 한입요. 했다가 '니는 뺏어묵을게 없어서 할배약을 묵을라카나.'
또 항상 폐휴지를 태우려 시골에 잔뜩 들고 갔었는데, 할아버진 일일이 이면지를 다 챙겨선 방에 앉아 글공부를 하셨어요. 공부하는 걸 참 좋아하셨어요. 그 좁은 방안에 앉아선 텔레비젼과 소통하셨는지,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다 아셨으니깐요. '

기억을 끄집어 내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그 물컹함. 응. 아직 살아 있었구나.
그제서야 난 눈물이 났다.



# 저마다 지난 세월의 그림자를 발 밑에 끌고 다니는 가족들의 모습.

아빠의 사연, 엄마의 사연, 고모들의 사연.
그 짧은 장례 기간이었지만, 오고 가는 말들이나 오고 가는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
드러나는 내 가족, 친척들이 가진 삶 속의 사연들. .

난 그렇게, 상복 입은 산 자들이 끌고 다니는 그림자들 더 보이더라.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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