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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보고마 보고마 하다가 상영관에서 거진 다 내리기 임박한 날 어느 밤 9시가 넘어 관객 4명과 함께 보았다. 극장위치도 모르고 무슨 역에 있던 것 같더라 하는 지식으로만 찾아가선 결국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야위치즘 굽슨. 극장 완전 썰렁하다. 감자 여사와 함께 삼겹살을 먹고 온지라 마음도 다복해진 것이 극장 좌석도 뒤로 한껏 젖혀지는 것이 몸과 마음 풍요로왔다. 이 극장 참 좋구나. 상영관 천장에 별들이 떠 있고 별똥별도 떨어진다. 하아 소원이나 빌어볼까.
원래 영화보는 것이란 그렇지 않나. 영화만 남는 것이 아니라 극장 가기까지의 과정이 좋은 거잖아. 그래서 영화는 문맥이다. 난 극장가서 기다리는 시간동안 읽을 책을 고르는 일에 더욱 신중하다. 님은 먼곳에 영화를 보기 전 짬에 읽은 책은 정지환의 대한민국다큐멘터리. 한국 현대사를 다시 쓰는 마음으로 왜곡된 역사나 침묵당한 기억들을 바로 잡고자 하는 한 기자의 노력 결과물이다. 그러고보니 이 영화랑도 꽤 궁합이 잘 맞는 듯하다. 가장 고귀한 것은 인간의 생이다. 한국 현대사 속엔 얼마나 파괴된 개인의 생이 많은가. 전쟁과 국가폭력의 시대를 살아가야 했던 개개인의 생들엔 여전히 볕이 들지 않고 있다. 정말 중요한 건 우리의 일상인데 말이다. 결국 내가 '순이' 의 인생을 체험해본 것도 그 중요성을 또 다시 실감한 계기가 되었다.


순이의 밴드가 베트콩에 붙잡혀서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정만은 돈을 벌러 왔을 뿐이니 살려달라고 말한다. 그러자 베트콩은 말한다. 그럼 한국군이랑 똑같구만. 그러자 정만은 난 돈을 벌러 왔지만 한국군은 평화를 위해 온 거라고 한다. 베트콩은 다시 묻는다. '당신은 평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라고. 정만은 당신들이 우리를 죽이지 않고 살려주는 것이라 한다. 하지만 그 어떤 말도 총부리 앞에선 의미없고 역겹게 들릴 것만 같은 순간, 순이는 이렇게 말한다. '남편 만나러 왔어요'

그 순간 획득되는 일상성. 전쟁이 빼앗은 가장 중요한 걸 깨닫게 하는 순간.

평화를 위시한 폭력이, 돈에 대한 맹목이 전쟁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전쟁이 부순건 일상성이다. 전쟁폭력은 일상을 절단시켰다. 전쟁 앞에서 인간들의 생은 얼마나 무기력한가. 전쟁과 폭력 앞에선 물론이거니와 나만해도 힘든 일 앞에서 외면하거나 그냥 에둘러 가버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순이는 제 앞에 닥친 일을 피하지 않고 베트남까지 간다. 영화가 좋았던 건 순이가 사랑하는 남편과 재회하기 위해 전쟁터를 찾아가는 단순한 구조의 신파가 아니라(물론 그랬다면 전쟁이 파괴한 일상성이 더 잘 드러날수도 있겠지, 하지만 삶이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 복잡한 걸 다 그러안고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더 중요할지도) 여성에 대한 이중억압, 남편과의 불편한 관계, 복잡한 감정 그러한 모순들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걸 다 그러안고서 순이는 길 위로 오른다.  
그래서
남편을 찾으러 간 것이 순이의 자의든 타의든 간에 자신을 이이상 살아가기 힘들게 하는 것을 제 눈으로 확인하러 떠난 한 여성의 궤적은 하나의 생존투쟁과 같았다. 그러므로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이었다. 아예 도망가 버릴 수도 있었지만 시어머니의 성화에 순이는 베트남으로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고 스스로 한 선택을 끝까지 밀어부치고 나간다.
 그리고 그 노력은 베트콩이 전쟁 와중에도 계속 공부를 가르치고 아이를 키우며 생을 꾸려 나가는 것과 크게 달라보이진 않더라. 전쟁이 부순 걸 계속 회복시키고자 하는 의지 같은 것.

죽을 고비 넘겨가며 만난 남편 박상길에게 순이는 따귀를 야멸차게 날린다. 그녀가 따귀를 때리는 대상은 자신을 억압한 가부장제일수도, 전쟁폭력일수도, 그저 미운 인간 박상길 일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따귀를 열렬히 날리는 순이가 마치 이렇게 말하고파 하는 것만 같았다.

'니가 뭔데!..((시팔)) '

(물론 이 말은 박상길 역시 외칠 자격이 있다고 본다. 아니 그 역시도 그렇게 외쳐야만 한다고 본다. 군대와 전쟁으로 인해 그의 세계와 인간성은 거의 파멸직전까지 갈 뻔하지 않았던가)

순이는 자신을 숨막히게 하고 일상을 절단하는 것 앞에서 무릎꿇지 않고 정면돌파하며 끝까지 나아가보았다. 그러니까, 잘 살거야, 잘 살았을거야. 무엇보다 베트남에서 고생할 때 순이가 보여준 따스한 웃음과 남편을 만나겠다는 고집이 어떻게든 돌만 벌겠다던 주위 사람들을 변화시켰잖아. 당장 옆에 사람이 변하게 할 수 있다는 거. 그거 정말 대단한 힘이다.


그나저나 헬기 안에서 순이가 노래를 부르고선 이어지는 그 초록빛 평원 풍경 어쩔거야. 그 장면 때문에 나 하루 종일 붕붕 헬기타고 날아 다닌다.


노래는 더 좋다 =_=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이
님이 아니면 못 산다 할 것을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이
망설이다가 가버린 사람

마음주고 눈물주고 꿈도 주고
멀어져 갔네 님은 먼 곳에
영원히 먼 곳에 망설이다가
님은 먼 곳에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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