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토왕폭 중간에

빨간 옷 입은 등산가 한 사람

몇 시간째 매달려 있다

천길 낭떠러지 아래엔 몇 천길 웅덩이

그 낭떠러지 한가운데

일부러 태풍 견디라 지어놓은 현공사

바람 불 때마다 온 집을 흔들며

그 안의 부처들, 우르르 우르르 울고 있다

희디흰 내 뼈들에 매달려 사느라

손톱이 다 빠져버린

내 평생의 살들이 진저리치고 있다

허공을 움켜잡고 수억년째 견디는

저 밤하늘의 별들도

오늘 밤 깜빡깜빡 운다

모두 참 위태롭다




살아있다는 것/ 김혜순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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