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의 안녕.

일상 2008. 10. 4. 01:00

1초 간. 

락커에서 휴대폰이 떨어지는 1초의 순간 난 생각했다.
'한 두번 떨어진 것도 아닌데 떨어져도 괜찮아'
그 생각에 난, 땅으로 곤두박칠 치는 휴대폰을 향해 성의껏 손을 지 않았다.
어머. 하는 제스처만 취했을 뿐.
하지만 휴대폰은 처참히 두 동강이 났다. 친구의 표현대로라면,
분단되었다 -_-

그 동안 산전수전 다 겪으며 지금까지 버텼잖아.
이게 마지막일 줄 알았더라면 난 휴대폰의 마지막을 그렇게 허무하게 보내진 않았을텐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두 동강 난 상태에서도 전원은 꺼지지 않는 휴대폰을 보고, 
난 좀 무서웠다. 너의 끈질긴 생명력이. 
더구나 전화마저 되는 것이었다. 물론 스피커가 없으니 들리진 않지만 내 목소리는 전달됐다.
휴대폰 가게 아저씨의 

"이거 이어폰 꽂아 사용해도 되겠는걸요 허허허" 라는 말에,
'그냥 새 거 사지 말고 끝까지 써볼까' 하며 혹했으니.
하지만 난 널 더이상 웃음거리로 만들 수 없었다. 이젠 너를 보내야 할 때. 

그렇게 너는 갔다. 지난 3년 간의 전화번호와 볼 때마다 좋아서 
보호해놓은 문자들도.
오래남을 찰나의 순간을 찍어둔 사진들도. 

단 하나 뱉어내지 않고 모두 다 끌어 안고 너는 갔다.  
추억 덩거리 너는 갔다.

고생하였다. 안녕. 
안녕.


닳고 닳아 지워지고 까맣게 된 너의 *버튼, 0버튼, #버튼이 떠올라.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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