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이 울산 과학대 비정규직 투쟁과 생계형 절도 문제를 1면에 낸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1면에 내는 시각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사회의 본질을 드러내는 정치적 장면은
울산 과학대 아주머니들이 쫓겨나는 장면입니다.
내가 어디서, 어디를 볼 것인가. 중요한 것은 퍼스펙티브(perspective)입니다. 내가 우파냐 좌파냐보다 중요한 게 어느 위치에서 바라보는가인 거 같아요.

지식인들이 삼성경제연구소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어요. 진보적 지식인도 삼성경제연구소를 벤치마킹하려 합니다. 어떤 면에서 발 빠르게 분석하고 대응해 괜찮은 면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속에서 지식의 성격이 변질되고 지식이 결국 목적을 잃어버리는 거죠. 지식은 객관적 팩트가 아닙니다. 굉장히 착각들 하는데, 사람들은 객관적 지식을 쌓은 후 자기 성향에 따라 그것을 쓰는 게 아닙니다. 지식을 쌓는 과정이 지식을 쓰는 과정입니다. 내가 어떻게 지식을 얻었느냐는 내가 무슨 지식을 얻었느냐와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저는 최근 진보적 지식인들이 자괴감에 빠진 걸 많이 봤습니다. '그동안 내가 공부 안했나 보구나' '기업연구소, 테크노크라트는 저렇게 축적할 동안 나는 뭐 했나' 하고요.
자기 삶을 다 부정하는 것인데요. 이런 부정이 양심의 가책이나 반성에 그치지 않고 아예 운동 진영에서의 이탈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들 스스로가 이제 지식을 생산성이나 효용성의 시각에서 보게 되는 거지요.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중에서 '대의 불가능한 사회의 지식인' _ 고병권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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