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나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썼다. 그 소설을 쓰면서 나는 이십 대에 이 세상을 보면서 느꼈던 의문으로 다시 돌아갔다. 왜 우리가 간절히 열망하는데도 이 세계는 조금도 바뀌지 않는가? 그런 게 우리가 사는 세계라면 우리는 마땅히 현실에 순응하고 권력에 복종하면서 살아야하지 않을까? 더 이상 뭔가를 간절히 열망하면 안 되는 일이 아닌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쓰면서 나는 그 의문에 해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쩌면 열망은 그 열망이 이뤄지는 일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리라. 열망으로 이뤄지는 일은 하나도 없다. 열망은 결코 원인이 아니다. 열망은 그 자체로 결과이리라. 열망은 단지 열망하는 그 순간에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뿐이다. 과연 이것이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어쨌든 나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나만의 방식으로 다 썼다. 다 쓰고 나니까 이십 대의 내가 이해됐다. 결코 바뀌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 세계가 이해된 게 아니라.

김연수, '밤은 노래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