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에서

일상 2008. 11. 7. 01:00

등산했던 주말, 피곤해서 연구실 카페 쇼파에 기대 졸았는데
어느 순간 공간 가득 두드리는 청명한 소리에 반쯤만 깨어 들었던 노래

-

첫눈 내리던 지난 겨울날 우린 어디론가 멀리 떠나가고 싶어서
흔들거리는 교외선에 몸을 싣고서 백마라는 작은 마을에 내렸지
아무도 없는 작은 주점엔 수많은 촛불들이 우리를 반겼고
너는 아무런 말도 없이 내 품에 안겨서 그렇게 한 참을 있었지

이제 우리는 멀리 헤어져 다시 만날 수는 없어도
지는 노을을 받아 맑게 빛나던 너의 눈은 잊을 수 없어
햇살에 눈이 녹듯 그렇게 사랑은 녹아 사라져 가도
그 소중했던 지난날의 기억들은 너도 잊을 순 없을 거야

눈 덮인 논길을 따라서 우린 한참을 걸었지
너는 아무런 말도 없이 내 품에 안겨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지

이제 우리는 멀리 헤어져 다시 만날 수는 없어도
지는 노을을 받아 맑게 빛나던 너의 눈은 잊을 수 없어
햇살에 눈이 녹듯 그렇게 사랑은 녹아 사라져 가도
그 소중했던 지난날의 기억들은 너도 잊을 순 없을 거야

오늘도 소리 없이 첫눈이 내려 난 어디론가 멀리 떠나가고 싶어서
흔들거리는 교외선에 몸을 싣고서 백마라는 작은 마을에..






오늘 연구실에서 발제를 듣던 중에 누가 상사병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듣자마자 나는 옆친구에게 얼굴을 삐죽 내밀고선,
요즘도 상사병에 걸리는 사람이 있어?
라고 바보같은 질문을 해버렸다.
날 바라보는 친구의 침묵에서 내 실수를 깨달았다.


어디든 끝간까지 가고 싶었으나
그것이 사랑을 할 수 없는 황폐한 마음이 되길 바라던 것은 아니었다.
바란 것은 
대상만을 향해 있어 내가 없거나
소유와 집착에 얽매여 감정 자체를 즐길 줄 모르는
그런 상태를 걱정하는 것이 었을뿐.

나는 내 방식대로 끝까지 나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이른 곳엔
어떤 사랑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닌
사랑을 잃은,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서 있을 뿐이었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