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내기 좋은 시간

일상 2008. 12. 12. 03:30


그녀는 적당히 취했다고 생각했다. 좋은 꿈꾸기 딱 좋을 정도의
취기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내달렸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꽤 많이 취했다는 것을.
그녀는 꼭 남을 떼어 놓으려 한다.
병적으로 사람들의 반대쪽으로 내달리며 도망간다.
이제 비우는 시간이다. 자신을 위한 의식을 시작한다. 봇물 터지듯 끝도 없는 울음 앞에서
완전히 무장해제하고는 몸이 우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몸 안에 웅성거리던 타자들의
목소리가 어느새 한바탕 울음으로 변했다.
'나'이지만 '나'일 수 없는 
자아는 슬그머니 빠져 나와 쪼그려 앉아선 그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 본다. 나를 위해 울지 못한지가 오래됐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그걸 기억해뒀다가
정신이 의지를 놓은 틈을 타 정신의 강박을 다독이고 있는
중이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우는 것은 '사건'이다.


중요한 건 그녀가 밤새 좋은 꿈을 꾸었다는 사실이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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