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주주의란 단절과 틈을 가져오는 일종의 불일치 과정이다. 내가 민주주의에서 합의 대신
불화와 불일치를 강조하는 것은, 단지 민주주의가 다양한 의견의 갈등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합의라는 관념에 기초한 민주주의는 사회구성원인 우리
모두가 똑같은 경험을 공유한다는 잘못된 전제 위에 서 있다.
곧, 합의에 의한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일종의 '객관적 필연성'같은 것을 전제하고 있지만 내 생각은 반대다.
민주주의란, 그리고 정치란 불화의 지점이며 그러한 불일치들이 발현되는 순간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2. 서양 철학은 언제나 그리스를 참고한다. 따라서 희랍적 개념들을 어떻게 번역하고
해석하며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아리스토텔리스의
정치학을 참고하는 이유는 로고스, 데모스, 통치 따위 개념을 그 어원에서 새롭게 분석하고 그러한 개념들이 역사적으로 거쳐온 분절에 관해 새롭게 생각해보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정치란 로고스를 가진 자들의 통치, 곧 어떤 자격과 능력이 있는 자들의
통치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관념에 대해서 새롭게 사유하고자 한다.
많은 논자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정치란 단순히 언어나 소통에 의거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란 통치할 자격이 없는 자들의 통치, 곧 평등 그 자체를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전제로 이해하는 정치적 사유를 말한다.

_시사IN, 랑시에르 인터뷰 중에서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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