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렁증

일상 2009. 1. 2. 00:52

얼마 전 낙산공원 가는 길에 그네를 탄 적이 있다. 그 때문일까. 다시 울렁증이 심해지고 있다. 울렁거림을 느끼는 감각이 되살아났다.
가령 남의 집에서 잠을 잘 때마다 그랬다. 물론 어릴 적이다. 낯선 이불 냄새가 포록 올라올 때마다 현실감이 뚝뚝 떨어지면서 어쩔줄 몰라했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탈 때가 가장 심했는데 묘하게 그 기분을 즐기기도 했다.  
그건 세상에 대한 이질감이다. 살면서 사는 것을 체감하긴 쉽지 않다. 공기를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울렁증 때문에 순간의 적응도가 뚝 뚝 떨어지면서도 묘하게 존재감이 상승한다. 그건 살아 있다는 충만감이 아니라 위태로움이다. 인식하는 순간 금방이라도 여기서 튕겨나갈 것만 같다. 살얼음을 딛는 것처럼. 한 발자욱조차 뗄 수 없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태는 이내 무력감으로 바뀐다.  
어릴 적엔 워낙 세상 물정을 몰라서 아직 많은 것이 낯설어서이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제와 다시 느끼는 울렁증은 참으로 나를 서글프게 한다. 어떤 순간 어떤 사건 앞에서 울렁증은 재바르게 나를 흩트러 놓는다. 세상 이런저런 것을 많이 경험했다 생각했는데, 부쩍 잦게 찾아오는 울렁증 앞에서 무력감만 짙어간다. 두려워진다. 엄마 냄새 나는 익숙하고 포근한 곳으로 빨리 도망쳐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약해진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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