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정아닙니다

일상 2009. 2. 1. 00:52

1. 전화 인터뷰를 했다. 20대인 또 대학생인 나의 <사정>에 대해서. 주제는 '88만원 세대'
작가는 내<사정>에 대한 내<입장>을 듣고선 말했다. 
연연치 않고 정말 낙관적이세요-

쪼근쪼근 속내를 더 말하려다 말았다.
철없다로 치부되기 싫었던 반발심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들의 <질문>은 이미 특정한 답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듣고 싶은 어떤 말이 있는 거다. 시시해졌다. 
나 같은 대학생에게 듣고 싶은 얘기는 이미 정해져 있을 것이다. 특히 그 주제가 88만원 세대라면. 그들에게 나는 쓸모없는 취재원이었다.
그냥 껄껄 웃으며- 그렇죠 제가 좀 철없어 보일 수도 있죠, 라며 여운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그 날 저녁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던 중 내 얘기를 듣고는 친구가 말했다. 
'차라리 88만원 세대의 사례에 들어가지 않는 게 좋은 거지' 

그래, 88만원 세대라는 20대의 우울한 자화상 안에 갇히지 않아야지.
그것이 내가 서열의 맨 꼭대기에 있어서가 아니라, 88만원 세대라고 부를 수 있는 특정한 기준에 포획되고 싶지 않으니까. 규정될 수 없는 존재이고프니까.  


 
2. 하지만 내 확신에 대해서는 늘 경계한다. 가끔 내 앞의 누군가에게 뭔가에 씌인 듯 내 인생관에 대한 확신으로 열변을 토하고 돌아서면 너무나 부끄럽고 민망해진다. 그렇게 행동하는 건 나와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생각한다,가 아니라 생각을 해본다.

내 삶에 너무 확신을 가지면 성찰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늘 분열되어야 한다. 어쩌면 그것은 연기자의 태도일 지도 모르겠다. 
기뻐하는 순간 그 기뻐하는 나를 관찰하는 것.  



3.
그리고 확신을 피하는 내 모습이 <성찰> 아닌 <실천>에 대한 자신 없음 때문은 아니길 바란다.



 

 

Posted by 브로콜리너뿐야
,